원문: Learning From Enron — Oaktree Capital Management 저작. 이 문서는 전문 번역이 아니라 원문 논지를 따라간 한국어 해설. 원문은 위 링크에서 무료로 볼 수 있음
핵심 요약
- 역사의 반복: 엔론 몰락은 전례 없는 사건이 아니라 1929년 대공황 당시 페코라 청문회가 폭로한 은행가들의 부정과 본질적으로 같은 패턴이 재현된 것이다.
- 형식은 합법, 실질은 기만: 특수목적법인, 시가평가 회계, 프리페이드 스왑 같은 정상적인 회계기법이 실제 사업 목적이 아니라 왜곡된 인상을 심는 도구로 오용됐다.
- 규칙 대 원칙의 문제: 회계 기준이 원칙이 아니라 세부 기술규칙 중심으로 진화하면서 "기술적으로는 맞지만 본질은 그른" 보고가 가능해졌다.
- 부패의 발생 경로: 부패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절박한 상황과 도덕적 약함이 만나 조직 내부로 서서히 스며든 결과다.
- 견제장치의 동시다발적 실패: 감사인, 이사회, 애널리스트 등 주주 보호 장치들이 각자의 이해상충과 구조적 한계 때문에 제 역할을 못 했다.
- 보상 구조의 왜곡된 유인: 스톡옵션 중심 보상은 단기 주가 부양 유인을 만들어 회계 조작 동기를 강화했다.
- 주주 자신의 책임: 경고 신호는 공개된 자리에 있었다. 자본을 공급한 주주도 주의의무 해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 최종 교훈: 규칙과 규제만으로는 시장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결국 숫자의 진실성은 그 숫자를 다루는 사람의 진실성에 달려 있다.
엔론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 역사의 반복
페코라 청문회와 1929년 대공황의 그림자
- 1939년 책이 던진 데자뷔: 마크스는 페르디난드 페코라가 1939년에 쓴 "Wall Street Under Oath"를 즐겨 읽는 책으로 꼽으며 시작한다.
- 페코라는 1929년 대공황을 조사한 상원 은행통화위원회의 법률고문이었고 훗날 뉴욕주 대법원 판사가 됐다.
- 그 책이 묘사한 1920년대 상업은행·투자은행가들의 자기거래, 이해상충, 노골적 부정직은 훗날 증권거래위원회 설립과 현행 증권법 제정의 계기가 됐다.
- 마크스가 인용한 대목은 충격적인 부패, 신인의무에 대한 냉소적 무시, 정교한 기업 사기의 악랄한 가능성을 남김없이 착취한 정황을 묘사하는데 이는 엔론 사후 보고서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문장이었다.
- 역사가 반복된다는 명제: 1920년대 은행가들의 행태를 되짚어보는 일 자체가 역사가 반복되는 경향을 상기시킨다는 것이 마크스의 첫 진단이다.
- 이 전제는 이후 이어지는 모든 논증의 출발점이다. 엔론을 예외적 일탈이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적 실패의 최신 사례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 왜 지금 이 비교가 중요한가: 페코라 청문회가 증권법 체계 자체를 낳았다는 사실은 엔론 이후에도 유사한 규제 반작용이 나올 수 있음을 예고하는 복선이다.
- 이 복선은 메모 후반부의 "Recap, Ramifications and Reform" 섹션에서 실제로 회수된다.
엔론 몰락이 남긴 첫인상 - WSJ 기사와 오크트리의 자기점검
- 12월 5일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의 충격: "엔론의 몰락 뒤에는 대중의 시야 밖에서 움직인 문화가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마크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기사는 엔론의 최소한의 재무정보 공시가 돌이켜보면 이 복잡한 회사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었다고 지적했다.
- 엔론의 문화 자체에 붕괴의 씨앗이 있었다는 것, 즉 의문스러운 재무공학, 왜곡된 이익, 투자자를 어둠 속에 두려는 지속적 노력이 그 실체였다고 진단했다.
- 경영진이 이해상충에 관한 기본적 기준을 무시하고 변호사와 회계사 군단을 고용해 연방 증권법의 문언은 지키되 그 취지는 짓밟았다는 서술이 마크스를 특히 자극했다.
- "정직한 답보다 기술적으로 맞는 답"이라는 문장의 무게: 기사의 마지막 문장, 즉 엔론이 정직한 답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정확한 답을 내놓는 데 능숙해졌다는 지적이 마크스로 하여금 오크트리 직원들에게 연말 메모를 쓰게 만들었다.
- 그 메모에서 마크스는 "고결한 길"을 걷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엔론을 "오크트리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의 좋은 예"로 묘사했다.
- 12월 시점과 지금 시점의 정보 격차: 마크스는 12월에 알려진 사실이 지금 알려진 사실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고 밝히며, 이제 엔론 사태에서 배울 교훈이 훨씬 많다는 점을 이 메모 전체의 문제의식으로 제시한다.
- 이 문장이 이후 이어지는 거래 구조, 회계 원칙, 조직 문화, 이해상충, 견제장치 실패라는 다층적 분석의 출발점이 된다.
형식은 합법, 실질은 기만 - 문제의 거래 구조
특수목적법인을 이용한 부채 은폐
-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우량기업이었다: 엔론은 성장성과 창의성의 상징으로 평가받았지만 그 창의성이 향했던 곳은 수익성 있는 사업이 아니라 왜곡된 그림을 그리면서도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거래였다.
- 오크트리 애널리스트들이 엔론을 들여다보며 경영진이 이 정도까지 갔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마크스는 전한다.
- 역외 파트너십과 3% 룰의 허점: 역외 부외 파트너십은 흔한 구조지만 모회사 재무제표와 연결되지 않으려면 외부 투자자가 최소 3%의 지분자본을 제공해야 한다.
- 이 3% 규칙의 논리는 위험자본을 댄 외부 투자자의 자기이익이 그 법인을 독립적으로 유지시켜줄 것이라는 가정에 있다.
- 엔론은 자기 재무제표와의 연결을 피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진정한 위험을 안은 외부 투자자가 감시자 역할을 해 파트너십 운용의 자유를 제약할까 두려워했다.
- 진짜 자기이익을 가진 투자자는 파트너십이 얼마를 빌리는지, 그 돈으로 무엇을 사는지, 어떤 가격에 사는지, 심지어 엔론 임원이 파트너십을 운영하며 엔론과 거래한다는 사실까지 문제 삼을 수 있었다.
- 위험을 없앤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 해법은 단순했다. 엔론이 결과를 보장하면 됐다.
-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 반환과 일부는 연 30%까지 수익률을 약속하고 그 약속을 엔론 주식으로 뒷받침했다. 일부 대출에는 엔론이 직접 보증도 섰다.
- 그 결과 "외부" 투자자의 위험은 엔론이 흡수하고 "독립" 파트너십은 엔론 통제 아래 있었으므로 엔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도구가 됐다.
- 자산 매매를 이용한 손익 조작 메커니즘: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 파트너십이 엔론의 원가로 매입해 손실을 숨겼고 분기 이익이 부족해 보이면 자산을 파트너십에 부풀린 가격으로 팔아 부족분을 메웠다.
- 투자자가 위험에서 절연돼 있었기 때문에 이 거래가격을 문제 삼거나 진짜 독립법인과 거래할 때 있어야 할 독립당사자간 거래의 성격을 요구할 사람이 없었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부외 구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위험을 실질적으로 이전하지 않으면서 형식만 갖춘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시가평가 회계로 부풀린 미래 이익
- 엔론에너지서비스라는 화려한 사업부: 이 부서는 상업고객에게 전력, 가스, 에너지관리 서비스를 최장 10년 계약으로 공급했고 시가평가 회계 아래서는 그 계약에서 예상되는 미래 이익이 즉시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 시가평가 회계의 논리와 한계: 시가평가 회계는 오늘 서명한 계약이 회사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그 계약이 내포한 미래 손익을 지금 인식해야 한다는 관점에 근거한다.
- 경영진은 계약 조건과 이행에 드는 예상 비용을 근거로 이익을 추정해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데 이 추정의 타당성은 전적으로 비용 추정치의 합리성에 달려 있다.
- 마크스는 6개월 뒤 갤런당 2달러에 휘발유를 공급하기로 한 계약의 이익은 상당히 신뢰할 수 있지만 2010년 전력 공급 계약의 이익 추정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비유로 이 차이를 설명한다.
- 이 기법은 상품거래에서는 표준적이지만 미래 시장가치를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확정할 유동적 시장이 없을 때 문제가 생긴다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2002년 2월 12일자 지적을 인용한다.
- 자기 자신을 심판으로 쓴 회계: 엔론에서 이 계약들의 미래 가치를, 즉 당해연도 이익 기여분을 뒷받침하는 "신뢰할 만한 근거"는 회사 자신의 모델이었다.
- 마크스는 이를 야구선수들이 스스로 경기를 진행하며 자기 점수를 매기게 두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평가의 신뢰성은 평가자의 독립성에서 나오는데 엔론에는 그 독립성이 애초에 없었다.
대출을 매매로 위장한 프리페이드 스왑
- 엔론의 자금 조달 한계: 엔론이 신용등급 하락 없이 조달할 수 있는 차입 규모는 이 회사의 끊임없는 확장을 지탱하기에 부족했고, 신용등급 하락은 곧 사업 자체의 정지를 의미했다.
- 그래서 엔론은 실질은 대출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는 스왑 거래를 파생상품 계약 형태로 고안했다.
- 정상적인 스왑 거래의 구조: 일반적인 스왑에서는 A가 수수료를 내고 한 자금흐름을 다른 흐름과 교환한다. 예를 들어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한 A가 이자율 불확실성을 피하고 싶으면 B에게 수수료와 변동금리 흐름을 주고 동일 규모·만기의 가상 고정금리 대출 흐름을 받는 식이다.
- 엔론식 프리페이드 스왑의 변형: 엔론의 거래에서는 금융기관이 한 자금흐름을 받는 대가로 다른 흐름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다음, 자신이 앞으로 지급하기로 한 흐름의 현재가치를 미리 일시불로 엔론에 지급했다.
- 이렇게 금융기관이 미래 지급흐름에 대한 대가를 즉시 지급하는 거래를 프리페이드 스왑이라 부르는데, 결국 엔론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목돈을 받고 그 대가로 미래 지급을 약속한 셈이었다.
- 대출이지만 대출로 보이지 않게 만든 표시 방식: 마크스는 이것이 자신에게는 대출로 들린다고 지적하면서도 엔론의 재무제표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밝힌다.
- 파생상품이 상품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수취분은 "가격위험관리 자산", 지급의무는 "가격위험관리 부채"로 표시됐다. 대출거래라는 표시는 없이 그저 엔론 금고에 들어온 돈과 원리금에 해당하는 지급의무만 남았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세 가지 거래 유형 모두에서 공통점은 원래 용도와 다르게 쓰였다는 점, 그리고 그 회계처리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왜곡해 보여줬다는 점이라고 마크스는 정리한다.
회계는 무기가 될 수 있다 - 원칙과 규칙의 차이
기술적으로는 맞지만 본질은 틀린 회계
- 회계는 총과 같다는 비유: 마크스는 총기규제 반대론자들이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고 말하는 것을 빌려 회계가 남용을 만드는 게 아니라 회계를 남용하는 사람이 문제라고 정리한다.
- 특수목적법인, 시가평가, 스왑 거래는 최선의 상황에서는 합법적 목표를 달성하고 명확히 소통하는 데 쓰이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정상적 목적을 우회하고 발각을 피하는 데 쓰인다는 것이 이 비유의 핵심이다.
-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진단: 엔론 임원들은 "엔론과 주주에게 최선인 거래는 무엇이고 이를 가장 명확히 설명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묻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고 마크스는 판단한다.
- 대신 그들은 원하는 인상을 전달할 수 있는 거래 형식을 찾으려 했다. 그 거래가 엔론에 정당한 사업 목적을 제공하지 않고 그 회계처리가 오도하는 것이라 해도 상관하지 않았다.
- 원칙이 아니라 숫자 규칙이 만든 로드맵: 임원, 이사, 외부감사인의 실패도 분명 기여했지만 근본적으로 회계업계가 사기의 로드맵으로 쓰일 수 있는 세부 숫자 규칙을 만들었을 뿐, 재무보고의 의도와 효과에 대한 기준이 되는 원칙을 세우지 못했다는 데 마크스는 무게를 둔다.
- 월스트리트저널 2월 12일자는 감사인이 회사 재무제표가 재무성과를 공정하게 대표한다고 인증해야 한다는 원래 취지에서 지난 30년간 표준 설정자들이 벗어났다고 지적한다.
- 대신 기술적으로 준수하기만 하면 감사인과 회사를 법적 책임에서 지켜주는, 체크박스식으로 방대한 규정을 만드는 방향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그 결과 회사들이 GAAP를 기술적으로 준수하면서도 수십억 달러의 부채나 다른 의무를 숨기는 복잡한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 까다로운 규칙이 오히려 더 큰 부정직의 면허가 된다: 월스트리트저널 2월 1일·8일자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칙이 때로는 더 큰 부정직을 위한 면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지금 환경의 두 가지 최고 가치인 관용과 절차주의는 좋은 판단력을 장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억누른다고 진단했다.
- 마크스가 내리는 회계 관련 결론: 회계 기준은 기술적 규칙이 아니라 원칙 중심으로 설정되고 집행돼야 한다는 것과, 회계는 다른 도구와 마찬가지로 결과가 누구 손에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두 가지 단순한 교훈이다.
- 이 결론은 앞선 세 가지 거래 사례의 공통점, 즉 목적 왜곡과 회계처리 왜곡이라는 진단을 그대로 이어받아 회계업계 전체의 구조적 결함으로 확장한 것이다.
규칙 중심 회계의 구조적 허점
- 규칙 남용자는 잘 무장돼 있다: 이 논지는 메모 후반부 "결론" 섹션에서 다시 등장하는데, 규칙의 허점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동기부여가 강하고 재원이 풍부하며 자문도 잘 받는 반면 허점을 메워야 할 사람들은 대개 역부족이고 그들의 노력은 결국 임시방편에 그친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 원칙 위반에 대한 제재 필요성: 엔론의 회계를 둘러싼 소동은 일반 원칙 준수를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이들을 처벌할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 마크스의 정리다.
- 이 대목은 이후 감사인 개혁안, SEC 권한 강화안과 논리적으로 연결된다.
부패는 어떻게 조직에 스며드는가
절박함과 도덕적 약함의 결합
- 행운의 정의를 뒤집은 부패의 정의: 마크스는 행운이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순간이라는 정의를 빌려와 부패는 절박함과 도덕적 약함이 만나는 순간이라는 유사한 설명을 제시한다.
- 이 비유가 성립하는 범위는 여기까지다. 행운은 우연한 조합이지만 부패는 준비된 도덕적 취약성이 특정 압력을 만났을 때 발생한다는 점에서 인과관계가 더 뚜렷하다는 함의를 담는다.
- 오크트리라면 어떻게 반응했을지에 대한 가정: 오크트리가 곤경에 처한다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 혹은 단순히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마크스는 밝힌다.
- 결과를 받아들이고 상황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것이 정상적 반응이라는 이 전제가 이어지는 엔론 비판의 기준점이 된다.
- 모두가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관찰: 고결한 길이 통하지 않고 옳은 일을 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면 모서리를 깎거나 "창의적" 탈출구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마크스의 현실 진단이다.
- 엔론이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설립되지는 않았다는 유보: 마크스는 1985년 설립 당시 엔론이 결과를 왜곡하고 임원을 주주보다 우선 배불리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믿을 근거가 없다고 밝힌다.
- 마찬가지로 누군가 "도덕적으로 물러터진 임원을 뽑아도 상관없다"고 말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 케네스 레이가 처음에는 변화하는 에너지 산업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진짜 꿈을 꿨을 것이라는 게 마크스의 짐작이다. 이 유보 조건은 엔론 비판을 단순한 악의 서사로 단순화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 꿈이 강박으로 변질된 지점: 상황이 계획대로 되지 않고 높은 주가를 유지하는 일이 힘겨운 강박이 됐을 때, 핵심 인물들이 부정한 관행에 가담하거나 이를 고발하지 않았다는 것이 마크스가 짚는 전환점이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부패는 설계된 것이 아니라 압박 속에서 선택되지 않은 정직함의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최고경영진이 만드는 조직문화
- 엔론 문화가 그른 일을 장려했다는 진단: 최근 몇 년간 엔론의 문화는 그른 일을 하도록 부추긴 것처럼 보인다고 마크스는 평가한다.
- 케네스 레이가 세부사항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잘못된 사람들을 믿고 속아 넘어간 몽상가였는지, 아니면 의회 청문회에서 비난받은 교활한 주범이었는지는 여전히 배심원단의 몫이라는 유보를 마크스는 명확히 남긴다.
- 어느 쪽이든 결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관찰: 오만함이 장려되고 술수꾼이 승진하고 수단이 아니라 결과로 보상받으며 아무도 "이게 옳은가"를 묻지 않는 회사였던 것으로 보인다는 네 가지 특징을 마크스는 나열한다.
- 패스토우의 태도가 보여주는 문화의 실체: 재무담당최고책임자 앤드류 패스토우가 자신이 운영하는 파트너십을 상대로 협상한 엔론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그중 한 명을 해고시키려 했다는 정황이 문화의 실체를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로 제시된다.
- 법률적 다툼은 변호사, 판사, 배심원의 몫이지만 엔론에는 나쁜 사람들이 있었고 그곳의 분위기가 옳은 일을 하도록 장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마크스는 정리한다.
- 최고경영진의 책임은 도덕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 훌륭한 조직은 정상에 있는 누군가가 톤을 설정하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없다는 확신을 마크스는 밝힌다.
-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알 수 없고 모든 거래의 세부사항과 타당성에 정통할 수 없으며 가장 고위 채용 외에는 참여할 수 없다.
- 하지만 기대치가 높고 수단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은 할 수 있다고 마크스는 강조한다.
- 마크스 자신의 리더십 경험과의 연결: 잠재 고객들이 오크트리 파트너들이 포트폴리오를 얼마나 잘 운용하는지 듣고 나서 "그럼 당신은 뭘 하냐"고 물으면 마크스는 리더십을 제공하려 노력한다고 답한다.
- 사무실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고 실적에 미친 영향을 수치화할 수도 없지만 그것이 회사를 회사답게 만드는 것이라는 이 자기서술은 앞선 최고경영진 책임론을 개인적 실천으로 구체화한다.
진실을 왜곡하는 언어 - 공시의 질
애매함을 무기로 쓴 260단어 각주
- "거짓이라고 입증 못하면 진실"이라는 왜곡된 기준: 마크스는 어떤 조직에서는 진실의 기준이 "거짓임을 결정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면 진실이라 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하며 이것이 엔론을 이끈 최선의 기준으로 보인다고 진단한다.
- 엔론의 누구도 "잠깐, 이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혹은 "그 서술은 너무 불명확해서 쓸모가 없다"고 말한 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이 진단의 근거다.
- 오도, 은폐, 조작을 위한 특수한 사전: 마크스는 엔론이 아주 특별한 사전을 썼다고 표현한다. 핵심 동사는 오도하다, 흐리다, 조작하다, 위장하다였고 형용사는 불투명하다, 복잡기괴하다, 기술적으로 정확하다였다.
- 반대로 솔직하다, 독립당사자간의, 정직하다 같은 단어는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비유의 요지다.
- 상당수 공시는 필요하다면 "제대로 된 곳을 찾아 우리가 의도한 대로 읽었다면 거기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임원들이 주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처럼 보였다.
- 260단어 각주가 보여주는 정보 밀도의 실종: 엔론의 한 각주에서 발췌한 훨씬 긴 문단 하나는 만약 단어 수만 따진다면 완전공시로 통할 법한 분량이었다고 마크스는 지적한다.
- 이 문단은 특수목적법인과의 자산 이전, 노트 지급의무, 제한부 주식, 옵션 정산 등이 뒤엉킨 복잡한 서술로 채워져 있지만 실제로 이 260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마크스는 평가한다.
- 잉크는 많지만 정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이 각주에 대한 마크스의 총평이다. 공시란 사실을 판독 불가능하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그는 이 대목에서 명시한다.
가짜 트레이딩룸이 상징하는 것
- 비서를 트레이더처럼 코치했다는 일화: 엔론이 가짜 트레이딩룸을 짓고 애널리스트들이 견학할 때 비서들에게 트레이더처럼 들리도록 미리 훈련시켰다는 일화를 마크스는 언급한다.
- 웃음과 피해 사이의 간극: 이 일화 자체는 실소가 나올 만큼 우스꽝스럽지만 그 결과로 실제 사람들이 잃은 돈에는 전혀 웃을 구석이 없다는 것이 마크스의 논평이다.
- 연출에서 피해로 이어지는 연속선: 이 대비는 진실 왜곡이 사소한 무대장치에서 시작해 실질적인 금전적 피해로 이어지는 하나의 연속선 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로 쓰인다.
- 마크스는 이 일화를 다음에 이어지는 레이 회장의 발언 사례로 넘어가기 위한 전환점으로 삼는다.
레이 회장의 이중적 발언
- 레이 회장의 이중적 발언: 비즈니스위크 2002년 2월 4일자에 따르면 레이는 9월에 직원들에게 주식을 사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엔론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라고 했고, 다가올 재무보고가 좋아 보일 것이라 말했다.
- 이 발언은 스킬링이 사임하고 셰런 왓킨스가 우려를 전달한 지 몇 주 후, 레이 자신은 활발히 자기 주식을 팔고 있던 시점, 그리고 엔론 순자산이 12억 달러 하향 재작성되기 몇 주 전에 나왔다.
- "매수했다"는 말의 함정: 최근 레이의 주식매도와 부정적 소식이 겹친 것을 방어하며 대변인은 레이가 지난 여름 주식을 매수했다고 지적했다.
- 마크스는 그것이 사실인 만큼만 사실이라고 짚으며 레이가 순매수보다 순매도를 더 많이 했다고 믿는다고 밝힌다. "매수했다"는 말이 "순매수했다"는 뜻으로 오해되도록 만든 것이 재밌다고 그는 평가한다.
- 진실을 판단하는 산법은 단순하다는 것이 마크스의 결론이다. 모든 사람이 실제 현실과 회사가 말한 내용을 아는 상태에서 비교할 기회를 얻는다면 어떻게 생각할지가 그 기준이며 엔론은 이 기준 아래서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문자 그대로는 거짓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는 오해를 유발하는 화법이 회계 조작만큼이나 핵심적인 기만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이해상충과 신인의무의 붕괴
패스토우와 코퍼의 이중적 지위
- 일상적 이해상충이라는 전제: 마크스는 이해상충이 낯선 개념이 아니라고 짚는다. 차선 변경 신호를 보내는 운전자를 위해 속도를 늦출지, 마지막 남은 큰 조각을 집을지 같은 일상의 균형에서부터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 사이를 매일 저울질한다.
- 힐렐 랍비가 이천 년 전 남긴 딜레마, 즉 스스로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위할 것이며 남을 위하지 않으면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마크스는 인용하며 대부분 부모의 가르침을 통해 이 균형을 배운다고 말한다.
- 신인의무자에게는 답이 단순하다: 법이 정한 신인의무자의 답은 훨씬 간단하다. 상대방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유언집행인이 유산을 헐값에 사들일 수 없듯 경영진과 이사도 주주, 연금수익자, 파산 시에는 채권자에게 우선 충성해야 한다.
- 진실 검증과 마찬가지로 이해상충 검증도 단순하다는 것이 마크스의 논리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헤드라인에 실린다면 아무도 불만을 제기할 근거가 없겠는가. 엔론은 이 검증을 아무도 적용하지 않은 채로 결국 모든 것이 헤드라인에 실렸고 실패했다.
- 패스토우와 코퍼의 사중 지위: 재무담당최고책임자 앤드류 패스토우와 이사 마이클 코퍼는 엔론과 거래하는 부외법인을 설립하고 그 법인을 통제하며 자신이 보상을 결정하는 엔론 부하직원들을 상대로 법인을 대표해 협상하고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 패스토우는 이 법인들에서 3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유명하고 코퍼도 최소 1천만 달러를 벌었다. 이 파트너십들이 정당한 사업 목적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라면 이 이익은 엔론 금고에서 아무런 정당한 대가 없이 직원들에게 직접 이전된 것이라는 게 마크스의 평가다.
- 윤리규정 면제라는 자기부정: 엔론에는 윤리규정이 있었고 이 규정은 아마 이런 행위들을 금지했을 것이라고 마크스는 지적한다.
- 그래서 이사회가 그 규정을 면제하는 투표를 했지만 그 투표가 행위를 옳게 만들지는 못했다는 것이 마크스의 냉정한 평가다.
- 레이 가족을 둘러싼 부수적 사례들: 케네스 레이의 여동생이 엔론의 여행사 업무를 맡았고 엔론은 레이와 그의 아들이 소유한 회사들과 계약하고 투자했다.
- 각각의 거래에 정당한 사업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이해상충과 이해상충으로 보일 여지 모두를 피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게 마크스의 입장이다.
- 고용주의 돈을 가족, 친구,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게 쓰고 싶은 유혹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반드시 저항해야 하며 최고위 경영진이 자기거래로 보이는 거래를 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정교하게 정당화된다 해도 신인의무와 도덕적 행동이 얼마든지 포기 가능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마크스는 지적한다.
이사회의 윤리규정 면제
-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해상충은 피할 수 없다는 현실: 잠재적 이해상충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항상 발생하며 이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명예롭게 다루는 것이 목표여야 하고 고객과 주주 등 우리에게 의존하는 이들이 항상 우선해야 한다고 마크스는 이 섹션을 마무리한다.
- 이 원칙은 이후 경영진 보상, 감사인, 이사회 섹션 모두를 관통하는 공통 시험대가 된다.
경영진 보상과 옵션의 왜곡된 유인
-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미국식 진보에 대한 재평가: 마크스는 약 한 세기 전 회사가 고용된 경영자에게 넘어가면서 미국 경영이 발전했다는 것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 회사 소유주가 반드시 최고의 경영자는 아니므로 전문경영인 계층의 등장이 전반적으로 경영의 질을 높였다는 논리가 당시에는 설득력 있었다.
- 하지만 마크스는 이 분리가 일부 경우에는 지나치게 진행됐다고 판단한다. 앨런 그린스펀이 2002년 2월 28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 많은 기업에서 최고경영자의 이해관계와 주주의 이해관계 사이에 단절이 생겼고 이를 다시 이어붙여야 한다고 말한 것을 인용한다.
- 회사를 자기 소유물처럼 다룬 엔론 경영진: 엔론 경영진은 다른 사람의 회사를 맡아 관리하는 유급 관리인이 아니라 마치 자신들이 소유한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이 마크스의 진단이다.
- 물론 레이 등은 모든 것이 주주가치 창출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겠지만, 주주가 원했을 방식으로 행동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는 게 마크스의 반박이다. 자신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밝힌 적이 없으니 주주의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
- 임원들은 주주가 이사를 선출하고 그 이사가 최고경영자를 선임·지시한다는 지배구조의 방패를 내세우겠지만 회사가 추천한 이사 명단이 선거에서 패하거나 반대 제안이 통과되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는 수백 번 목격돼 왔다.
- 10년 전 포브스 특집호가 남긴 문장: 약 10년 전 포브스 경영자보수 특집호에서 노련한 이사가 경영자에 대해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만드는 것은 포기했다. 그들은 내가 돈을 주는 대로 한다"고 말한 것을 마크스는 잊지 못한다고 밝힌다.
- 개인 보상이 주식과 옵션을 포함해 연간 수천만에서 수억 달러에 이르면 경영진은 마치 회사를 소유하고 위험을 떠안은 것처럼 이익을 누리지만 실제로는 좋은 해에 이익의 큰 몫을 챙기면서도 나쁜 해에는 잠재이익이나 미실현이익 정도를 제외하면 잃는 게 거의 없다.
- 이런 구조는 경영진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모서리를 깎을 강한 유인을 준다고 마크스는 지적하며 엔론에서 실제로 그렇게 작동했다고 평가한다.
- 스톡옵션의 네 가지 구조적 부작용: 초기에는 옵션이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경험을 통해 부정적 측면이 드러났다고 마크스는 정리한다.
- 옵션은 관심을 장기가 아니라 단기 실적에 집중시킨다.
- 옵션은 관심을 회사 자체가 아니라 주가 실적에 집중시키는데 이 둘은 매우 다른 것이다.
- 옵션은 경영진에게 왜곡된 이해관계를 준다. 옵션이 경영진을 주주로 만들 것이라 기대됐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직원들은 대개 옵션 행사 직후 곧바로, 때로는 동시에 매도하는데 이는 보유할 자본이 부족하거나 하방 위험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영진은 주가 상승에서 이익을 취하지만 주식을 거의 보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짜 소유주의 처지와 매우 다르다.
- 옵션 프로그램 비용은 손익계산서에 결코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그 비용이 왜곡된 방식으로 고려된다. 옵션 부여는 회사 지분 일부를 직원에게 주는 것과 같지만 현행 GAAP에서는 어떤 순이익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
- 주가가 급락하면 옵션 행사가격 재조정이라는 불쾌한 딜레마가 뒤따른다. 주가가 급락하면 경영진은 행사가격을 그에 맞춰 낮추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주주가 큰 손실을 본 상황에서 임원만 그 고통을 면제해주는 것은 부당해 보이지만 극도로 내가격에서 벗어난 옛 옵션은 직원을 붙잡고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못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옵션 부여가 "공짜"라는 인식 때문에 재조정의 유혹은 대개 거부하기 어렵다.
- 옵션 문화와 버블과 초고액 보상의 결합: 옵션 문화, 주식시장 버블, 초고액 보상의 등장이 최악의 경우 단기 미봉책과 교묘한, 심지어 사기적인 회계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결합했다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고 마크스는 지적한다.
- 오크트리의 하이일드채권 포트폴리오가 2001년 2월 한 달에만 회계사기 사례 두 건을 마주쳤는데 이는 그 이전 20년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는 사실이 우연이 아니라고 마크스는 덧붙인다.
- 실적 연동 보너스와 조작 동기의 인과관계: 뉴욕타임스 3월 1일자는 2001년 초 엔론 임원과 다른 직원들이 이익과 주가 실적에 연동된 수억 달러 규모 보너스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 이사회 특별위원회 조사관들은 그 이익 수치가 회사 임원들에 의해 부적절하게 부풀려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마크스는 전한다.
- 법률 전문가들은 이 보너스 지급이 조사관들이 회사의 보고 실적을 왜곡했다고 판단한 재무공작의 동기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보너스 지급을 위해 필요했던 이익과 주가 수준에 결코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 결국 회사 몰락으로 이어진 거의 모든 결정, 이사회 조사위원회가 부적절하게 이익을 부풀리는 데 쓰였다고 결론 내린 일련의 파트너십 설립을 포함한 결정들이 보너스 산정을 위한 이익 테스트가 진행되던 바로 그 시기에 내려졌다.
- 경영진 주식매도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유보: 마크스는 임원의 주식매도 자체에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다고 밝힌다. 그들이 이익을 위해 주식을 사는 것이라면 언젠가는 그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당연하다.
- 회사와 주가가 잘 되면 보유 규모가 신중하게 유지하기에 너무 커질 수 있으므로 매도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 언제 파는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알면서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시점을 판단하는 일은 어렵고 정도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어떤 주주도 최고경영자만큼 알 수는 없다.
- "회사가 잘 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매도하는 것은 특히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마크스는 지적한다.
- 투자자 자신의 책임에 대한 유보: 마크스는 엔론 같은 무법자 경영진에게 아무런 동정심도 없다고 밝히면서도 그들만 탓할 수는 없다고 짚는다.
- 엔론 임원의 주식매도에 불만을 제기하는 모든 투자자는 정부 신고 자료를 통해 대부분의 매도 사실을 알 수 있었고 함께 매도할 수 있었다.
- 사실 내부자가 대규모 매도를 발표하는데도 보유하거나 매수한 투자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마크스의 입장이다. 엔론의 부정한 거래는 은밀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주식매도는 공개된 자리에서 이뤄졌다.
책임의 소재 - 뉘른베르크 항변과 제네바 항변
말단 직원의 뉘른베르크식 항변
- "시키는 대로만 했다"는 항변: 마크스는 말단 직원들이 쓰는 항변에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논리를 빌려온 이름을 붙인다. 나는 지시받은 대로만 했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라는 인정: 이 항변이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사실이라는 점을 마크스는 인정한다. 눈앞의 일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많은 것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 내부고발자가 드문 이유: 확신, 원칙, 대체 가능한 경력, 재정적 여력이라는 조건이 동시에 갖춰져야 내부고발자가 나올 수 있는데 이 조합은 드물게만 일어난다고 마크스는 짚는다.
- 최고경영진 책임론과의 대비: 이 관찰은 앞서 짚은 최고경영진의 도덕적 분위기 조성 책임론과 대비를 이루는데, 조직 하부의 침묵은 개인의 비겁함이라기보다 구조적으로 예정된 결과라는 함의를 담는다.
- 셰런 왓킨스로 이어지는 다리: 지금까지 나온 가장 근접한 내부고발자 사례가 셰런 왓킨스라는 것이 마크스의 평가이며, 이 평가는 다음 항목에서 그녀의 메모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근거가 된다.
셰런 왓킨스 메모가 남긴 애매함
- 경고는 제기했지만 성인은 아니다: 왓킨스는 8월 메모에서 실제로 경고 신호를 제기했지만 마크스는 그녀를 아직 성인으로 추대할 준비가 안 됐다고 밝힌다.
- 옳고 그름보다 발각 걱정이 많은 문장들: 그 전에 그녀의 메모에 옳고 그름이 아니라 무엇이 발각될지에 대한 언급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마크스의 전제다.
- 의혹과 노출을 걱정하는 구체적 문구들: 스킬링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의혹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 엔론 주식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데 그것이 눈에 띄지 않을 리 없다는 우려가 메모에 담겨 있었다.
- 회계 스캔들과 감시에 대한 초조함: 회계 스캔들의 물결 속에 회사가 무너질까 극도로 초조하다는 표현, 과도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문제성 회계를 알 만큼 아는 재배치된 직원이 한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메모에 있었다.
- 결정적 증거와 뒷수습에 대한 걱정: 결정적 증거를 찾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우려, SEC나 투자자에게 좋게 보일 사실관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우려, 최선의 시나리오는 조용히 뒷수습하는 것이라는 문장까지 메모에 담겨 있었다고 마크스는 나열한다.
- 진짜 동기에 대한 마크스의 물음: 왓킨스가 옳고 그름을 진정으로 걱정해 레이 회장에게 영향을 주려는 방식으로 표현을 골랐는지, 아니면 잘못을 고발하려던 것인지 손상관리를 압박하려던 것인지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마크스는 묻는다.
최고경영진의 제네바식 항변
- 제네바 항변이라는 이름: 말단 직원들과 달리 최고경영진은 자신이 마치 전쟁 동안 중립국에 있었던 것처럼 발뺌하는 태도를 쓴다고 마크스는 이름 붙인다. 아무도 잘못을 지시하지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는 논리다.
- 방을 비웠거나 불이 꺼져 있었다는 변명: 방에 없었거나 불이 꺼져 있었다는 식의 변명을 이 항변의 전형으로 마크스는 제시한다.
- 통제광의 갑작스러운 기억상실이라는 모순: 통제광에 기억력 좋기로 유명한 임원들이 정작 이번 일에는 남에게 맡겼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모순을 마크스는 지적한다.
- 이사와 감사인 뒤에 숨는 마지막 단계: 결국 이들은 이사와 감사인이 모든 것을 승인했다고 주장하는 데까지 이른다는 것이 이 항변의 종착점이다.
- 다음 섹션으로 이어지는 복선: 이 대목은 이후 이어지는 감사인·이사회 섹션에서 그 승인이라는 방어막이 실제로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검증하는 복선 역할을 한다.
감시자들은 어디 있었나 - 감사인과 이사회
아서앤더슨의 이해상충
- 감사인이 존재하는 이유: 회사가 감사인을 두는 이유는 소유주들이 경영진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재무제표가 실제 상황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확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 이 때문에 감사인은 기업지배구조 과정에서 필수적 역할을 맡는다. 숫자를 점검하고 재무제표의 타당성에 의견을 내는 것 외에도 감사위원회를 통해 이사들에게 뭔가 잘못됐을 때 알리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 모든 감사위원회 회의에는 경영진 대표가 자리를 비운 시간이 포함돼야 하며 이것이 감사인이 이사들에게 잘못된 점을 말할 기회라고 마크스는 강조한다.
- 아서앤더슨이 책무를 다했는가: 아서앤더슨이 엔론에서 책무를 다했는지에 대해 아서앤더슨은 그렇다고, 경영진은 아니라고 말한다. 최소한 그림은 이상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마크스의 평가다.
- 첫째, 아서앤더슨이 아무도 좋게 평가하지 않는 재무제표를 인증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만약 의구심이 있었다면 그것으로는 경보를 울리기에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감사위원회에 우려를 전달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 둘째, 아서앤더슨은 2000년 엔론으로부터 5천2백만 달러의 수수료를 받았는데 그중 절반도 안 되는 금액만 감사 관련이었다. 감사인의 보수가 이 정도로 커지면 그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지나치게 높은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 셋째, 그중 약 5백만 달러는 문제가 된 일부 거래를 구조화하는 데 아서앤더슨이 도움을 준 대가였다. 경영진이 "우리 문제에 창의적 해법을 생각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말하면 회사의 목표를 효과와 외관 양쪽에서 달성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강한 유인이 생기고 같은 회사가 감사 단계에서 그것을 불승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마크스는 이를 국세청 조사관에게 돈을 주고 세금회피 구조를 설계하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한다.
- 넷째, 아서앤더슨은 19년간 엔론을 담당했고 그동안 관계가 지나치게 편안해졌을 수 있다. SEC 규정은 감사 파트너 로테이션은 요구하지만 감사법인 자체의 재임 기간은 제한하지 않는다.
- 아서앤더슨을 위한 변호 논거: 감사인이 경영진이 말해주는 것 이상을 알기는 어렵다는 점, 다만 정보가 완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 감사위원회에 알리고 가능한 부분은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감사인의 임무라는 점을 마크스는 짚는다.
- 정직한 감사인이 항상 부정직한 경영진을 냄새 맡아 찾아낼 것이라 믿기에는 반증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 아서앤더슨이 인증한 재무제표와 엔론 참여의 세부사항 모두 규정의 취지는 아닐지언정 문언은 충족했을 수 있다.
- 다른 어떤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직하지 못한, 혹은 무능한 소수의 감사인이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아서앤더슨의 데이비드 던컨이 엔론 사태에서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가 면책을 받을 것으로 논의되는 만큼 곧 드러날 수도 있다.
- 감사인의 필수성과 취약성이라는 두 얼굴: 감사인은 주주 보호의 마지막 보루 중 하나라는 사실과 엔론 사례가 그들의 취약성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것이 이 섹션의 결론이다. 여전히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마크스는 정리한다.
독립이사의 형식적 독립성
- 주주의 최종 보호막이라는 위치: 주주의 최종 보호는 이사회에서 나온다. 이사는 주주의 대리인이자 최고경영자의 상사이며 고용과 해고, 승인과 불승인의 권한을 갖는다. 넘길 곳이 없어 보이는 위치다.
- 하지만 이사는 회사에서 일하지 않고 일상 업무에 관여하지 않으며 경영진에게서 듣지 못한 것을 알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게 진실이라고 마크스는 지적한다.
- 마크스 자신도 기업 이사로서 경영진과 감사인으로부터 정보를 얻는데, 그 감사인조차 정보 상당 부분을 경영진에게서 얻는다. 경영진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무지하다면 이사는 주주를 보호할 힘이 없다.
- 모든 부정과 왜곡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 마크스의 결론이다. 최선의 경우 억제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처벌할 수 있을 뿐이다. 대개는 사람들이 진실을 말한다고 가정하며 그렇게 가정할 수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다고 마크스는 밝힌다.
- 독립이사가 진짜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첫 번째 조건: 독립이사는 자신이 회사나 경영진이 아니라 주주를 위해 일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 이사가 회사로부터 부당한 혜택을 받으면 객관성을 잃거나 신세를 지거나 자리를 잃을까 두려워질 수 있다. 엔론의 사례를 하나 들면 이사회 조사위원회 위원장이 모든 이사가 회사 전용기를 타고 다녔다고 증언했다.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입장을 취할 의지가 있었을지 마크스는 묻는다.
-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는 두 번째 조건: 독립이사는 회의에 성실히 참석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지며 경영진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부지런한 사람이어야 한다.
- 마크스는 자신이 관여한 한 회사의 이사 후보를 두고 누군가 "그는 경영진에게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 말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그것이 적정한 수준에서는 원하는 평가라고 밝힌다. 느슨한 태도는 독립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무력화한다. 영구 재임하는 이사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마크스의 제안이다. 오래 재임하면 자신의 충성이 경영진을 향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재무를 이해할 수 있는 전문성이라는 세 번째 조건: 최소한 일부 독립이사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완전히 이해할 만큼 재무에 밝아야 한다.
- 기술, 법률, 환경 같은 분야의 지식을 위해 재무 초보자를 포함하는 것도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경영진의 행동을 이해하고 필요할 때 문제 삼을 만큼 재무 전문가가 충분해야 한다.
- 경영진의 친분이 만드는 마지막 문제: 경영진의 친구가 이사로 있는 것은 이사회 독립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사는 명목상 최고경영자의 상사지만 그 자리를 최고경영자를 통해 얻는 경우가 많다는 역설을 마크스는 지적한다.
- 엔론 감사위원회 명단이 보여주는 구체적 실패: 주주 보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이라 할 엔론 감사위원회 소속 이사 여섯 명 가운데 적어도 다섯 명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마크스는 지적한다.
- 한 이사는 15년간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 다른 이사는 이사회와 위원회 회의의 25% 이상에 불참했다.
- 한 이사가 이끄는 암센터에 엔론은 150만 달러를 기부했다.
- 또 다른 이사는 컨설턴트로서 연간 7만2천 달러를 추가로 받았다.
- 다른 한 이사의 대학 프로그램은 엔론으로부터 5만 달러를 기부받았다.
- 좋은 이사를 구하는 일의 근본적 딜레마: 유능하고 진정으로 독립적인 이사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마크스는 지적한다. 보수가 너무 낮으면 자격 있는 사람이 오지 않고 너무 높으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
- 엔론 이사회가 면책조항을 박탈당하고 소송을 당한다면 앞으로 회사들이 독립이사를 구하기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덧붙인다.
- 현 제도 아래서 주주가 경영진이 추천하지 않은 이사를 얻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주주의 이익을 대표하는 이사회를 요구하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마크스의 결론이다.
투자은행 애널리스트와 주주 자신의 책임
매도 의견이 실종된 셀사이드 리서치
- 상원 청문회가 드러낸 애널리스트의 침묵: 2월 27일 상원 정부업무위원회는 엔론을 담당한 셀사이드 애널리스트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다. SEC가 부정행위 가능성 조사를 발표한 지 몇 주가 지난 11월 8일 시점에도 엔론을 담당한 15명 애널리스트 중 10명이 여전히 매수 또는 적극매수 등급을 유지했다.
- 당시 주가는 9달러 안팎이었고 지금은 사실상 0에 가깝다. 같은 시점 엔론 채권은 액면가의 60센트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주식 애널리스트들은 이 주식을 좋은 매수 기회로 봤을지 몰라도 채권 투자자들은 채권자가 상환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봤고 그렇다면 주식은 사실상 가치가 없다는 뜻이었다.
- 재무제표 탓이라는 애널리스트의 항변과 그 한계: 애널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실패가 의존했던 엔론 재무제표의 부정확성 때문이라고 상원의원들에게 밝혔다. 애널리스트 분석의 출발점이 재무제표인 것은 분명하고 그것이 사기라면 정확한 분석이 매우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 하지만 통찰력 있는 애널리스트라면 부실한 이익의 질과 불충분하거나 불명확한 보고에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다고 마크스는 반박한다. 엔론의 경우 주요 셀사이드 애널리스트 중 그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 닷컴 버블과 이어지는 반복되는 패턴: 엔론은 닷컴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 또 다른 사례라고 마크스는 정리한다.
- 가장 선의로 해석하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통찰력이 거의 없고 그들의 의견은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 가장 냉소적으로 해석하면 그들은 투자자를 돕기 위해서라기보다 소속 회사의 투자은행 사업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 1960년대와 지금의 애널리스트 인센티브 변화: 마크스가 1960년대 애널리스트로 시작했을 때는 주당 거래수수료가 높았고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일은 우수한 리서치를 제공해 그 수수료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 노골적인 매도 추천은 그때도 드물었는데 매수 추천이 훨씬 큰 잠재 독자층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마크스는 짐작한다. 이후 수수료가 점점 줄어들면서 애널리스트가 투자은행 고려사항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과정이 점진적으로 구축돼왔다.
- 매도 의견의 경제적 불이익: 매도 추천을 내는 강단 있는 애널리스트는 수수료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확실히 눈 밖에 나서 소속 증권사가 그 대상 회사로부터 투자은행 업무를 받지 못하게 만든다.
-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이 이런 영향들이 애널리스트의 객관성을 훼손하며 평균적 투자자는 그들의 최종 추천을 최소한 소금 한 알, 아니 소금 한 통 분량의 의심을 갖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것을 마크스는 인용한다.
- 애널리스트가 도움이 안 되는 세 가지 구조적 이유: 객관성 결여만이 이유는 아니다. 첫째, 우수한 정보를 개발하기가 어렵다. 사실 SEC 규정은 회사가 모두에게 동시에 동일한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 둘째, 애널리스트들은 종종 회사와 그 임원들과 가까워져 객관성이 흐려진다.
- 셋째, 애널리스트가 가진 어떤 통찰도 널리 배포돼 공적 영역에 들어가고 곧바로 시장가격에 반영된다.
- 마크스의 리서치에 대한 결론: 평균적인 애널리스트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고 정의상 소수만이 평균을 크게 웃돈다는 것이 마크스의 원칙이다. 통찰력 있고 독립적인 애널리스트를 찾는다면 그를 붙잡으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며 많은 전문투자자들이 증권사 리서치를 독립 리서치 기관의 자료로 보완하는 법을 배웠다고 덧붙인다.
주주들의 주의의무 해태
- 자유시장에서 자본 배분 책임의 최종 귀속처: 자유시장에서 부적격하거나 부정한 회사가 자본을 조달받는다면 그 책임은 궁극적으로 지분자본 공급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마크스의 원칙이다.
- 엔론 관련 자료를 모두 읽었지만 주주가 태만했을 수 있다는 언급은 거의 찾지 못했다고 마크스는 지적한다.
- 경고 신호는 공개돼 있었다는 반박: 물론 주주들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했던 것으로 보이는 사기의 피해자였지만 경고 신호가 없었다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 마크스의 반박이다.
- 주주들은 재무제표를 이해했을 리도, 이익의 출처를 이해했을 리도 없는데도 엔론 주식을 보유하고 매수했다. 최고경영진이 매도하는 동안에도 보유했고 최고경영자가 설명 없이 사임했을 때도 동요하지 않았다.
- 엔론 최대주주의 사후고백: 마크스는 개인 투자자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짚는다. 엔론 최대 주주였던 얼라이언스의 앨 해리슨은 "믿음으로" 주식을 매수했다고 말한 것으로 인용된다.
- 그는 회사가 완전한 정보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적 경로를 걷는 것처럼 보였다고 인정하며 그것에 대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부끄럽다고까지 말했다. 뉴욕타임스 2002년 3월 3일자에 실린 이 발언을 두고 마크스는 솔직함에는 후한 점수를, 실사에는 낮은 점수를 준다.
- 투자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한다는 마크스의 진단: 많은 투자자가 투자의 어려움, 신중함과 위험회피의 중요성, 적극적이고 회의적인 참여의 필요성을 과소평가한다고 마크스는 결론짓는다.
- 구매자 위험부담이라는 원칙,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흔히 쓰는 "집에서는 따라 하지 마시라"는 경고가 여기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이 섹션의 마무리다.
결론 - 규제 개혁 논의와 마크스의 핵심 교훈
쏟아진 개혁안들과 확산되는 회의론
- 엔론 이사회 조사위원회 자체의 결론: 엔론 이사회 조사위원회는 관련당사자 거래와 회계 오류의 비극적 결과가 여러 층위, 여러 사람의 실패가 겹친 결과였다고 결론지었다. 잘못된 아이디어, 직원의 사적 이익 추구, 부적절하게 설계된 통제장치, 부실한 실행, 부주의한 감독, 단순하거나 그리 단순하지 않은 회계 실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장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화가 뒤엉킨 결과였다는 것이다.
- 마크스는 이 파트너십 거래들이 엔론 전체 그림의 한 요소에 불과했지만 만연했던 부정행위, 태만, 직무유기를 압축해서 보여준다고 정리한다.
- 책임 소재가 넓게 퍼진다는 관찰: 임원, 회계사, 감사인, 이사, 애널리스트의 실패 외에도 상업은행가, 투자은행가, 신용평가사, 변호사, 정치인, 규제당국까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거의 아무도 상처 없이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것이 마크스의 정리다.
- 타이코 등으로 번진 시장 전반의 전염 우려: 엔론 공시가 정점에 달했을 무렵 전염이 시장 전체로 번질 것처럼 보였다. 회계 문제가 있는 타이코 등 다른 회사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 1990년대 후반 투자자들이 회사를 지나치게 믿었다면 지금은 지나치게 회의적이 됐을 수 있다고 마크스는 지적하며 한 지인의 표현을 빌린다. 몇 년 전에는 경영진이 50억 달러를 벌겠다고 하면 그대로 믿었지만 지금은 재무담당최고책임자가 현금 1억7천5백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그게 사실인지 되묻는다는 것이다.
- 1920년대와의 재비교: 마크스는 광범위한 투자자 신뢰 상실의 위험과 1920년대 부패한 관행과의 연관성, 그리고 그 결과로 온 실망감이 이후 10년간 주식시장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한다.
- 전 SEC 위원장 아서 레빗은 엔론에 대해 증언하며 실패한 것은 다름 아닌 자본시장을 감독하는 시스템 자체라고 말했다.
- 아직 전염이 아니라 고립된 사례라는 잠정 평가: 뉴욕타임스 2월 10일자는 결과가 워싱턴과 대중이 엔론 사태에 얼마나 오래 관심을 유지하는지, 그리고 한때 우량했던 다른 기업들도 금융 눈속임으로 지탱되는 카드로 만든 집처럼 보이게 될지에 달려 있다고 썼다.
- 다행히 지금까지는 전염병처럼 번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사람들은 엔론을 통제 불능이 된 경영진의 고립된 사례로 보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마크스는 평가한다.
- 페코라식 규제 반작용이 다시 올 수 있다는 예상: 그렇다고 규제와 개혁의 물결이 없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페코라의 폭로가 그런 결과를 낳았고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마크스는 예상한다. 이는 메모 첫머리의 역사 반복 명제가 마지막에 다시 회수되는 지점이다.
- 엔론 사태는 여전히 화면발이 좋고 정치적이어서 워싱턴의 논의거리가 되기 쉽다는 것이 이 예상의 근거다.
- 개혁안 목록이 시사하는 두 가지: 마크스는 회계처리, 감사인, 은행, 증권사 애널리스트, 401(k) 제도, 회사·임원·이사, SEC, 정치인 관련 개혁안이 쏟아지고 있음을 열거하면서도 이를 열거하는 것이 자신의 지지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한다.
- 이 방대한 해결책 목록은 엔론이 드러낸 문제의 규모, 그리고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서려는 열의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것이 마크스의 해석이다.
- 일부 변화는 이뤄지겠지만 문제가 광범위하지 않다는 인식이 그 범위를 제한할 것이라는 게 마크스의 전망이다.
여덟 개 영역별로 쏟아진 개혁 아이디어
- 회계처리: 특수목적법인과 부외 파트너십을 직접 규제하고, 옵션 부여를 이익에 대한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강제하며, 기술적 규칙이 아니라 폭넓은 공시 원칙을 명시하고, 연방정부가 회계기준을 직접 제정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 감사인: 비감사용역을 금지 또는 제한하고, 감사인의 채용·해임·보수 결정권을 경영진이 아니라 이사회로 넘기며, 감사의견서의 설명을 늘리고, 감사법인 재임에 임기 제한을 두는 안이 나왔다.
- 감사법인에서 고객사로의 인력 이동을 제한하고, 업계 자율규제를 끝내고 외부 기구가 감독하도록 하며, 징계 절차의 실효성을 높이고, 1994년 대법원 판결로 사라진 증권법 위반 방조자에 대한 감사인·변호사의 민사책임을 되살리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었다.
- 은행: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했던 글래스-스티걸법 부활이 논의됐는데, 이 법 자체가 페코라의 조사가 낳은 산물이었고 그 핵심 조항이 불과 2년여 전에 폐지됐다는 사실을 마크스는 아이러니로 짚는다.
- 투자등급일 때 엔론에 대출을 약정했던 은행들이 신용등급 붕괴 후 그 약정을 이행해야 했던 것처럼 우발채무와 그에 대한 충당금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 증권사 애널리스트: 투자은행 업무와 연동된 보수를 금지하고, 애널리스트 보수의 산정 방식과 해당 기업으로부터 받은 모든 수수료를 공시하도록 요구하며, 추천 종목에 대한 애널리스트 개인 매매를 제한하고, 증권사·애널리스트의 보유·매매 내역 전면 공시를 요구하는 방안이 나왔다.
- 브로커리지·리서치 업무를 투자은행 업무에서 분리하자는 안도 포함됐다.
- 401(k) 퇴직연금: 자사주 투자 비중을 제한하고, 자사주 매도 제한을 완화하며, 참가자의 계좌 변경이 금지되는 모라토리엄 시행 전 사전 통지를 의무화하고, 보고와 참가자 상담을 개선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 회사·임원·이사: 부실기재된 재무제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사기뿐 아니라 부주의도 처벌 대상으로 삼으며, 특히 계열사·내부자 거래에 대한 공시를 확대하고, 조정영업이익 같은 "창의적" 회계 개념의 사용을 통제하며, 부실기재 시 임원 개인에 대한 면책을 없애는 방안이 나왔다.
- SEC: 공시 규정을 재검토하고, 비윤리적 임원·이사를 상장회사 업무에서 정직·배제할 권한을 강화하며, 현재 월말까지 늦춰지는 내부자 매도 보고와 이듬해까지 늦춰지는 회사에 대한 재매도 보고를 온라인으로 신속화하고, SEC 예산을 늘려 인력 확보와 집행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 정치인: 선거자금 개혁을 추진하고(마크스는 이미 진행 중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로비스트 접촉 내역 보고를 의무화하며, 입법 초안 작성 과정에서 로비스트의 역할을 제한하는 방안이 나왔다.
마크스가 남긴 다섯 가지 교훈
- 공시 규칙이 있는 한 기술적으로만 맞는 진술도 사라지지 않는다: 공시 규칙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것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므로 투자자를 어둠 속에 남겨두는 "기술적으로 정확한" 진술도 항상 있을 것이다.
- 진실성 있는 숫자를 얻으려면 진실성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 마크스의 첫 번째 결론이다.
- 규칙은 안전한 시장을 만드는 첫 벽돌일 뿐: 규칙은 안전한 시장을 만드는 첫 번째 재료일 뿐이며 준수와 집행도 필요한데 이 어느 것도 100%가 될 수는 없다.
-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기업 감독 시스템은 완벽과 거리가 멀다. 이사, 감사인, 규제당국의 집합적 힘은 심각한 기업 부패 앞에서 무력해진다는 것을 엔론이 보여줬다.
- 규칙의 허점을 찾는 쪽이 언제나 더 잘 무장돼 있다: 엔론의 복잡하고 의심스러운 거래들이 보여주듯 규칙의 허점을 찾는 사람들은 흔히 강한 동기와 풍부한 자금, 좋은 자문을 갖고 있다.
- 허점을 메워야 하는 쪽은 자주 역부족이고 그들의 노력은 대체로 임시방편에 그친다. 일반 원칙 준수를 강제하고 위반자를 처벌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엔론 회계 소동이 보여준 교훈이다.
- 투자와 증권분석은 쉽지 않다는 원점 회귀: 증권분석과 안목 있는 투자는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자는 애매하거나 불완전한 정보, 그리고 자기 이익을 우선하지 않는 회사를 경계해야 한다.
-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 때만 투자해야 하고 어떤 결함에 대해서든 충분한 안전마진을 고집해야 한다는 것이 마크스의 마지막 실무적 조언이다.
-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경계: 규제를 만들 때는 특히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경계해야 한다. 회계 규칙과 옵션 프로그램은 모두 최선의 의도로 만들어졌지만 극단으로 가면서 엔론의 해로운 거래와 역효과를 낳는 인센티브로 이어졌다.
- 다음번에도 이 점은 마찬가지로 유효할 것이라고 마크스는 경고하며 메모를 마무리한다.
투자자 관점 시사점
- 공시의 양이 아니라 판독 가능성을 검증하라: 이 메모는 단어 수가 많은 각주가 반드시 정보량이 많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지금 시점에도 복잡한 특수목적기구, 관계사 거래, 시가평가 손익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을 볼 때는 그 공시가 실제로 의미를 판독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 경영진 보상 구조와 회계처리 재량의 상관관계를 점검하라: 단기 주가나 실적에 강하게 연동된 보너스·옵션 구조를 가진 경영진이 재량적 회계처리 권한도 함께 쥐고 있다면 이익의 질을 더 보수적으로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메모가 남긴 실무적 시사점이다.
- 감사인·이사회의 독립성을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평가하라: 감사 재임 기간, 비감사용역 비중, 이사의 겸직·기부 관계·회의 출석률 같은 지표는 지배구조 평가에서 형식적 준수 여부를 넘어 실질적 독립성을 가늠하는 단서로 삼을 수 있다.
- 셀사이드 리서치의 구조적 이해상충을 전제하고 활용하라: 이 메모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매수 편향이 능력 부족이 아니라 투자은행 수익구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매수의견 일색인 커버리지를 볼 때는 그 회의론의 결여 자체를 하나의 신호로 읽을 수 있다.
- "시키는 대로 했다"는 조직 내부의 침묵을 경고 신호로 재해석하라: 뉘른베르크 항변과 제네바 항변이 보여주듯 조직 안에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상태 자체가 이미 지배구조 위험의 징후일 수 있다는 것이 이 메모의 확장된 시사점이다.
- 경고 신호가 공개된 자리에 있었다는 원칙을 투자 프로세스에 내재화하라: 내부자 매도, 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러운 사임,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평가 괴리처럼 공개된 정보에서 읽을 수 있는 경고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사후에 사기를 탓하는 것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이 메모의 핵심 실무 교훈이다.
기억할 발언
- 부패가 생기는 조건: 마크스는 행운이 준비와 기회의 만남이듯 부패는 절박한 상황과 도덕적 약함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긴다고 정의한다. 엔론이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세워진 회사가 아니었다는 유보와 함께 제시되는 문장이다 (원문: "exigency meets moral weakness").
- 내부고발이 치르는 대가: 셰런 왓킨스는 스킬링에게 파트너십의 적절성을 문제 삼는 것이 곧 "직장에서의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고 표현했다. 마크스는 이를 인용하며 그녀를 무조건 영웅시하지는 않는다는 유보도 함께 남긴다 (원문: "job suicide").
- 신인의무자에게 적용되는 단순한 원칙: 힐렐 랍비의 딜레마와 대비해 마크스는 법이 신인의무자에게 요구하는 답은 훨씬 단순하다며 언제나 상대방이 먼저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이 원칙이 엔론 임원들의 이해상충 행위 전반을 판단하는 잣대로 쓰인다 (원문: "the other guy comes first").
- 제네바 항변이라는 비유: 마크스는 최고경영진이 아무도 잘못을 지시하거나 알지 못했다며 마치 전쟁 동안 중립국에 머물렀던 것처럼 발뺌하는 태도를 이렇게 명명한다. 통제광에 기억력 좋기로 유명한 임원들이 갑자기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하는 모순을 겨냥한 표현이다 (원문: "I was in Switzerland during the war").
- 엔론만의 언어: 마크스는 엔론이 오도하다, 흐리다, 조작하다, 위장하다를 핵심 동사로 삼은 아주 특별한 사전을 썼다고 묘사한다. 진실을 은폐하는 조직문화를 압축한 표현이다 (원문: "a very special dictionary").
- 숫자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결론: 공시 규칙이 아무리 정교해도 기술적으로만 맞는 진술은 사라지지 않으므로 진실성 있는 숫자를 얻으려면 결국 진실성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 마크스가 이 메모 전체를 통해 내리는 최종 결론이다 (원문: "you need people with integ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