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The Race to the Bottom — Oaktree Capital Management 저작. 이 문서는 전문 번역이 아니라 원문 논지를 따라간 한국어 해설. 원문은 위 링크에서 무료로 볼 수 있음
핵심 요약
- 돈도 상품이다: 차별화 안 되는 상품(commodity)은 가격으로만 경쟁. 돈도 마찬가지라 대출·투자 물량을 늘리려면 가격(금리·매수 배수)을 깎거나 안전기준을 낮추는 두 갈래 길뿐
- 경매의 역설: 경매에서 최고가를 부른 사람이 "승자"로 축하받듯, 금융시장에서도 가장 낮은 안전기준을 받아들인 공급자가 거래를 따낸다. 하지만 이 승리는 사이클이 꺾이면 손실로 판명나는 경우가 많음
- 영국 모기지 배수 상향: Abbey가 소득 대비 대출한도를 3.5배에서 5배로, 뱅크오브아일랜드는 4배에서 4.5배로 올린 사례. 네 가지 해석 가능하나 저자는 경쟁발 기준 완화 쪽에 무게
- 미국 서브프라임의 단계적 완화: 티저금리→고LTV→100% 파이낸싱→저상환·무상환 대출→무서류 대출 순으로 완화되며, 정점의 가격·저금리 국면에서 위험이 오히려 누적
- 동료들이 전한 실례: 배당 재조달용 대출, SPAC의 비대칭 보상구조, 회계 부실기업 대출 경쟁, CPDO의 레버리지 자기강화, 실사 생략, 사모펀드 집행 속도 9배 가속
- 코브넌트 실종: 그레셤의 법칙처럼 비규율적 투자자가 규율적 투자자를 시장에서 몰아내며 코브넌트 보호 수준이 시장 국면의 바로미터가 됨
- 비대칭 사이클: 붐이 클수록 버스트도 크며, 기포는 커질 때보다 빠질 때 속도가 훨씬 빠름
- 저자의 결론: 지금은 신중함이 전반적으로 후퇴한 "바닥을 향한 경주" 국면. 결과 자체는 의문이 없다고 보면서도 지금 시점에서는 낙관론자가 더 나아 보인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며, 당장은 뒤처지고 구식으로 보이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편이 낫다는 판단
돈도 상품이다 - 차별화 불가능한 재화의 가격 경쟁
차별화 가능한 상품과 상품재화의 차이
- 더 나은 쥐덫 전략: 자동차·치약·컴퓨터·영화처럼 차별화 가능한 상품은 "우리 제품이 더 낫다"는 품질 경쟁으로 장기 점유율을 늘림
- 가격 인하나 광고 확대는 임시방편일 뿐, 제품력이 열등하면 오래 못 감
- 그래서 대부분의 판매 메시지는 결국 "우리 게 더 낫다"로 귀결
- 상품재화(commodity)의 반대 논리: 금·서부텍사스산원유·돈육·강괴·오렌지주스·전력·통신 대역폭처럼 판매자 간 차이가 없는 재화는 가격으로만 경쟁
- 구매자는 가장 낮은 인도가격을 제시하는 쪽을 택할 뿐, 브랜드나 광고가 구매습관을 바꾸지 못함
- 시사점: 상품재화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유일한 길은 가격을 낮추는 것뿐
돈을 상품재화로 보는 유추
- 돈의 동질성: 어느 기관의 돈이든 본질적으로 같아서, 대출 물량을 늘리려는 은행이나 수수료를 늘리려는 사모펀드·헤지펀드나 결국 "더 싼 돈"을 제공해야 경쟁에서 이김
- 참조 메모 "The New Paradigm"에서 다룬 펀드 수수료 구조 논의와 연결되는 대목
- 가격을 낮추는 두 가지 방식: 첫째는 대출금리 인하, 둘째는 더 높은 매수가격(주식 PER 상향, 인수 총액 상향)을 받아들이는 방식
- 어느 쪽이든 결과는 동일: 기대수익률의 하락
- 그래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표면적 방식은 달라도 본질은 "더 낮은 프로스펙티브 리턴을 감수"하는 것
- 본 메모의 핵심 질문: 수익률 말고 또 무엇을 깎아 물량을 늘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다음 섹션과 연결
축하합니다 - 경매에서 이기는 자가 지는 이유
안전을 깎아 점유율을 늘리는 두 번째 경로
- 답은 안전: 자본 공급자가 물량을 늘리는 또 다른 방법은 남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리스크를 받아들이는 것
- 앞 섹션의 "가격 인하"와 나란히 놓이는 두 번째 축: 가격이 아니라 안전 기준을 깎는 경쟁
- 경매장 일화: 저자가 경매에서 낙찰받으면 진행요원이 "축하합니다"라고 하는데, 저자는 "뭘 축하하나, 그저 남보다 더 비싸게 불렀을 뿐"이라 답한다는 일화
- 경매 메커니즘의 본질: 재화에 가장 많이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거래를 가져감 (돈으로 보면 반대로, 가장 적게 받고도 내주겠다는 사람이 거래를 가져감)
- 자본시장도 다르지 않음: 가격에서는 최고가 입찰자가, 안전성에서는 최소치를 받아들이는 쪽이 "승자"
- 승자라는 표현의 함정: 안전 기준을 가장 낮게 받아들인 쪽이 "승자"로 불리지만, 그 안전 수준이 부적절했던 것으로 드러나면 사실상 패자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거래를 따내는 것 자체가 성과가 아니라는 냉정한 자기점검 필요
사모펀드 업계지 보도 관행 비판
- 저자의 페트 피브(pet peeve): 사모펀드 업계지들이 누가 어떤 기업을 인수했는지, 경쟁자를 어떻게 따돌렸는지, 얼마나 혁신적인 파이낸싱을 짰는지만 보도한다는 비판
- 정작 다뤄야 할 것은 "가격이 적정했는가"이며, 샴페인은 회사를 이익 실현해 매각한 뒤에 터뜨려야 한다는 지적
- 인수를 성사시켰다는 사실은 최고 입찰자였음을 보여줄 뿐, 가장 똑똑한 입찰자였음을 보여주지 않음
- 저자의 유보 조건: 일반화에는 늘 예외가 있다며, 오크트리는 신속한 확약·거래 종결 확실성·구조화 지원·문제 발생 시 건설적 행동 약속 등 "가치 부가"로 거래에 접근한다고 부연
- 최고가·최소기준으로 접근하지 않고 부가가치로 접근한다는 자기 회사의 예외적 위치를 명시
- 이 유보는 이어지는 영국 모기지 사례가 "누구나 그렇다"는 단정이 아님을 미리 못박는 장치
영국 모기지 배수 상향 사례 - 네 가지 해석과 그 함의
Abbey의 배수 상향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 보도 내용: 2006년 11월 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2위 주택담보대출사 Abbey가 소득 대비 대출한도를 단독소득 또는 부부합산소득의 5배까지 상향, 기존 3.5배 수준을 크게 웃돎
- 앞서 뱅크오브아일랜드모기지·브리스톨앤웨스트도 4배에서 4.5배로 상향한 바 있음
- 숫자의 의미: 5배는 기존 관행 대비 약 50% 늘어난 대출한도로, 차입자가 감당 가능한 부채 규모를 크게 확장시킴
네 가지 가능한 해석
- 해석 1, 옛 기준이 과했다: 기존 3.5배가 지나치게 보수적이었고 5배가 옳다는 해석
- 해석 2, 시대가 변했다: 새 기준이 지금 시대에 맞는 만큼의 보수성을 유지한다는 해석
- 해석 3, 자본비용 하락: 모기지 대출자의 자본비용이 낮아졌으니 더 높은 부실률·더 낮은 순수익률을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해석
- 해석 4, 저자가 무게를 두는 해석: 돈을 굴려야 한다는 조급함이 자본 공급자로 하여금 기준을 완화하게 만들었다는 해석
- 저자는 영국 모기지 시장의 전문가가 아니라며 특정 섹터가 아닌 자본시장 전반의 흐름을 논한다고 선을 그음
- 다만 저금리가 같은 소득으로 더 큰 모기지를 감당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 논리가 성립하려면 (1) 차입자가 계속 고용상태를 유지하고 (2) 모기지가 고정금리여야 한다는 전제가 따름
- 핵심 질문: 논리적 이유가 있더라도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타이밍 질문이 남음
- 사이클과 "이번엔 다르다": 저자는 사이클이 극단으로 갈 때마다 대주와 투자자가 "이번엔 다르다"는 믿음으로 오랜 원칙에서 이탈하며, 매번 사이클이 반복되고 원칙이 다시 유효해짐을 증명한다고 지적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완화의 논리적 근거가 있어 보여도 그 타이밍 자체가 경쟁 압력의 산물일 수 있다는 경계
미국 서브프라임 완화의 단계적 전개
- 완화 순서: 저금리 티저금리 → 고LTV(담보인정비율) → 100% 파이낸싱 → 저상환 대출 → 무상환 대출 → 소득·신용이력 무서류 대출 순으로 단계적 완화가 진행
- 각 단계는 차입자가 더 비싼 집을 무리해서 사도록 도왔지만 동시에 대주 입장에서 모기지 위험을 키움
- 정점의 역설: 이 완화가 진행된 시점이 하필 주택가격이 사상 최고, 금리가 다세대 최저 수준이던 국면이었다는 점을 강조
- 결과적으로 차입자들은 소득과 당시 금리 기준으로 최대한도의 모기지를 받아 꿈의 집에 입성했으나, 여건이 악화되지 않는 동안만 그 집에 머물 수 있었다는 함의
- Bid-a-Note 비유: TV쇼 "Name that Tune"의 Bid-a-Note 게임 비유를 통해, 상대가 "여섯 음으로 곡명을 맞히겠다"고 하면 다음 참가자는 "다섯 음으로", 그다음은 "네 음으로"라며 점점 더 적은 정보로 승부를 거는 구조를 설명
- 최종적으로 곡을 맞힐 기회를 얻는 사람은 가장 위험한 제안, 즉 최소 정보로 승부하겠다고 한 사람
- 뱅크오브아일랜드가 "4.5배 대출"을 외치자 Abbey가 "5배"로 응수한 구도가 바로 이 게임과 같다는 지적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 경주의 "승자"는 가장 적은 안전마진으로 가장 많은 돈을 내놓는 기관이며, 승패는 사이클이 꺾일 때(2006년 미국처럼) 비로소 드러남
- 모럴해저드 언급: 미국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이 2006년 급증했음에도 대출 원조자(originator)들은 대출을 곧바로 매각해 손실을 피한 경우가 많았고, 매각된 대출은 MBS나 CLO로 재포장돼 다시 팔리거나 비소구(non-recourse) 방식으로 담보 대출되기도 함
- 대출을 빠르게 넘기는 관행 때문에 의사결정자가 자신의 결정 결과로부터 절연되는 모럴해저드가 개입
- 메릴린치 은행 애널리스트 존 폴 크러치필드가 FT에서 "Abbey가 소득의 5배를 빌려주는 것은 완전히 합리적일 수도, 엄청나게 위험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인용을 저자가 소개하며, 몇 년 뒤에야 이것이 지적인 위험감수였는지 과도한 경쟁 열의였는지 판가름날 것이라 정리
동료들이 전한 바닥 경주의 실례들
실례 수집의 배경과 방법
- 왜 동료들에게 물었는가: 오크트리의 핵심 사업 자체가 부실채권을 사들여 수익을 내는 것인 만큼, 채권·대출을 다루는 동료들이야말로 시장에서 벌어지는 바닥 경주의 초기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보고 사례 제보를 요청했다고 저자는 설명
- 요청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이고 방대했다는 점을 저자가 언급하며, 그만큼 이런 사례가 시장 곳곳에 널려 있었다는 정황을 시사
- 익명 처리 원칙: 특정 발행사나 차입자를 특정할 수 있는 세부사항은 의도적으로 생략했으며, "죄를 지은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고 저자는 명시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어지는 사례들이 특정 기업 비판이 아니라 시장 전반의 패턴을 보여주기 위한 유형화된 예시임을 미리 규정
핫 포테이토 - 배당 재조달
- 관행 설명: 기업을 인수한 뒤 그 기업이 돈을 빌려 인수자에게 배당하게 하는 거래가 큰돈이 되는 현상. 이로 인해 신용도가 낮아져도 개의치 않음
- 몇 년 전만 해도 자금 사용목적이 "주주 배당"인 채권·대출은 발행 자체가 어려웠으나, 지금은 투자 수요가 워낙 왕성해 납입자본금 전부 혹은 그 이상이 배당으로 유출되는 구조에도 대주들이 응함
- "나갈 수 있다"는 착각: "상황이 나빠지면 빠져나오면 된다"는 후렴구가 시장 과열마다 반복(1999년 기술주, 2005년 콘도 시장)되지만 실제로 그렇게 흘러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지적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출구 전략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위험 감수를 정당화하는 흔한 패턴
헤즈위윈테일즈유루즈 - SPAC 구조의 비대칭
- SPAC 구조: 특수목적인수회사(SPAC, 일명 blank check company)는 투자자가 자금을 어디에 쓸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출자하며, 포트폴리오는 사실상 인수 대상 기업 한 곳으로 귀결
- 자금이 미집행 상태로 머무는 최대 18-24개월 동안 투자자는 수익이 전혀 없음
- 비대칭 보상: 스폰서(설립 주체)는 우선수익 조항 없이도 이익의 20%를 워런트로 취득하며, 인수 대상 기업을 매각하지 않아도 이를 현금화 가능
- 인수에 실패하면 은행 수수료 등을 제한 뒤 페널티 없이 자금을 돌려주는 구조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업사이드-다운사이드 배분의 미스캘리브레이션 사례로, "가격을 더 내는" 것 외에 "구조적으로 덜 받는" 것도 바닥 경주의 한 형태임을 보여줌
낫마이프라블럼 - 부실기업 대출 경쟁
- 오크트리의 경험담: 회계 문제로 오랫동안 감사받은 재무제표를 발행하지 못한 기업이 파산한 사례
- 오크트리는 회계 이슈를 남보다 자세히 파악한 뒤 DIP(채무자 점유 상태) 대출을 신중히 실행해 소유권을 확보하려 했으나, 실행 전 다른 대주가 더 유리한 조건(더 높은 레버리지, 더 낮은 금리, 회계실사 요건 없음)을 제시해 거래를 놓침
- 경쟁 대주의 근거: 나중에 확인해보니 경쟁 대주가 더 공격적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대출 대부분을 헤지펀드에 사전 신디케이션(pre-syndication)했기 때문
- 재무제표나 회계실사 없이, 오히려 재무제표 공백 상태에서 형성된 그 기업 공개증권의 높은 거래가격만으로 정당화됨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대출 실행자의 리스크는 이렇게 제한될 수 있지만, 그 대출을 사들인 헤지펀드의 리스크는 고스란히 남는다는 저자의 반문
복잡성이 분석을 추월 - CPDO 구조
- CPDO(Constant Proportion Debt Obligation) 개념: 투자등급 채권에 신용보험을 쓰는 구조화 실체에 자본을 대는 상품. 투자등급 채권은 신용위험이 낮은 만큼 신용보험 판매로 얻는 수익도 낮아, 최하위 트랜치가 약속한 LIBOR+200 수익률을 내려면 통상 15대1 수준의 레버리지가 필요
- 신용평가사가 트리플A 등급을 부여하는 근거는 (a) 투자등급 채권 자체의 낮은 위험성과 (b) 최초 시점 이자 스프레드와 순자산가치가 코브넌트 충족에 충분히 넘친다는 점
- 그러나 포트폴리오가 워낙 고레버리지라 이 쿠션은 빠르게 증발할 수 있음
- 저자가 주목하는 두 가지: 첫째, 평균 싱글A 등급 채권을 15대1로 레버리지한 실체의 최하위 자기자본(에쿼티) 조각이 트리플A 등급을 받는다는 구조 자체가 이상하다는 지적
- 둘째, 2006년 11월 13일 파이낸셜타임스 인용에 따르면 CPDO의 순자산가치가 목표치에서 이탈해 손실이 나기 시작하면 레버리지를 더 늘려 더 빠르게 만회하려 시도한다는 설계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조금 해봤는데 안 됐으니 많이 해서 만회한다"는 논리 자체가 손실을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이라는 우려
무슨 실사인가 - 언더라이팅 실종
- 오린 크레이머의 관찰: (참조 메모 "Pigweed") "오늘날 가장 수익성 좋은 대주가 되는 방법은 언더라이팅 부서를 두지 않는 것"이라는 회의적 코멘트를 저자가 인용
- 부실률이 너무 낮고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해 신용분석에 돈을 쓸 가치가 없어졌다는 뜻
- 로이터 보도 사례: 2006년 12월 로이터가 실사 기간 단축과 짧은 정보요청 목록으로 경쟁력을 높인 인수 입찰 사례를 보도
- 주요 투자은행 한 곳이 최근 신디케이트론 매수자의 약 70%가 실사용 데이터룸을 아예 방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는 대목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신용분석이라는 안전판 자체가 형해화되는 국면
풋더페달다운 - 사모펀드 집행 속도 가속
- FT.com 통계(2007년 1월 21일): 2002년에 사모펀드에 약정된 자본 중 1년 내 실제 집행된 비율은 10분의 1 수준이었으나, 2005년 약정분은 거의 30%가 1년 내 집행
- 저자 추산으로 2005년 모집액이 2002년의 세 배 규모였다면, 2005년 사모펀드는 2002년 대비 약 9배 빠른 속도로 자본을 집행한 셈
- 종합 진단: 이 개별 사례들 중 어느 하나만으로 부정행위나 회복 불가능한 해이를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이들을 합치면 물량과 속도에 대한 욕구가 품질과 신중함에 대한 고집을 대체한 시장의 그림이 드러남
- 워런 버핏이 투자자에게 요구해온 "안전마진"이 바로 이 신중함과 함께 사라진다는 저자의 진단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개별 이례 사례가 아니라 구조적 패턴으로 읽어야 한다는 저자의 방법론
사라지는 코브넌트 - 채권자 보호장치의 침식
코브넌트가 왜 중요한가
- 이사회의 신인의무 비대칭: 법은 이사회에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를 부과하지만 은행이나 채권자에 대한 유사한 의무는 일반적으로 없다는 점을 지적
- 일부 기업은 채권자로부터 가치를 적극적으로 빼내 주주에게 이전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기도 함
- 법이나 채권약정서(indenture)로 금지되지 않은 일은 무엇이든 기업이 채권자에게 할 수 있으므로, 코브넌트가 채권자 안전의 핵심 요소가 됨
- 코브넌트의 실제 기능: 채권자는 경제 여건, 시장 경쟁력, 경영진의 자질 등을 통제할 수 없지만, 좋은 코브넌트가 있으면 레버리지·인수·현금 배분·자산 이전에 상한을 두고, 재무비율 테스트를 강화하며, 현금흐름이 부채나 이자의 특정 배수 아래로 떨어지면 발동되는 권리를 확보할 수 있음
- 채권을 사고 싶은 투자자가 낮은 이자율을 받아들여 경쟁력을 높이듯, 더 약한 코브넌트를 받아들이는 것도 같은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됨
시장 국면에 따른 코브넌트 강약
- 신용경색기의 코브넌트: 신용시장이 경직되고 자본 공급자가 소극적일 때는 자금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며 협상력이 대주 쪽으로 쏠려, 대주가 엄격한 코브넌트를 요구하고 관철할 수 있음
- 이런 여건에서 발행된 채권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
- 그레셤의 법칙 유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처럼, 지폐가 법정통화로 등장했을 때 금은 금고에 넣어두고 지폐만 유통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투자 세계에서도 비규율적 투자자가 규율적 투자자를 몰아냄
- 규율적인 채권 매수자들이 비규율적인 경쟁자와 겨뤄야 할 때 코브넌트 보호를 고집할 여지가 사라짐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코브넌트 보호 수준 자체가 시장 국면을 읽는 좋은 바로미터가 된다는 저자의 방법론적 제안
애덤 코언 보고서와 S&P 진단
- 애덤 B. 코언의 "2006년 코브넌트 트렌드 리뷰" 인용: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하이일드 채권 코브넌트 품질 저하를 개탄해왔지만, 그 추세가 LBO(레버리지드 바이아웃) 파이낸싱 급증과 함께 특히 뚜렷해졌다는 결론
- 2006년 스폰서 배경(LBO) 발행분을 면밀히 살펴보면 오랜 코브넌트 보호장치가 체계적으로 해체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대목
- S&P의 진단(로이터, 2007년 2월 6일): 신용의 질은 오히려 더 악화되는데도 풍부한 현금 덕분에 사모펀드 스폰서들이 약한 코브넌트와 대출 서류로 대주의 권리를 희석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
- "대출 구조가 워낙 차입자 친화적이 되어 사모펀드 스폰서가 직접 텀시트를 작성하고, 이전 텀시트를 다음 텀시트의 템플릿으로 쓸 수 있는 지경"이라는 S&P 인용
- 저자의 부연: 이 템플릿이 다음 라운드 코브넌트·조건 침식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는 우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침식이 일회성이 아니라 자기강화적으로 누적되는 구조라는 지적
단기 효과와 장기 효과 - 붐과 버스트의 비대칭
관대한 자본시장 여건의 단기 효과
- 활동성 증가: 관대한 자본시장 여건은 더 많은 기업에 더 낮은 금리, 더 적은 코브넌트로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해 인수·바이아웃·기업 확장 수준을 높이고, 바이아웃 기업의 신속한 재자본화로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만들어냄
- 결과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전반적인 금융활동 수준이 높아짐
- 부실 이연 효과: 대주가 엄격하고 코브넌트가 팽팽할 때는 영업상 문제가 빠르게 기술적 디폴트(코브넌트 위반)와 자금적 디폴트(이자·원금 미지급)로 이어지지만, 여건이 느슨해지면 디폴트가 이연될 수 있음
- 코브넌트가 느슨하거나, 현금지급 채권을 현물지급(PIK) 채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최근 혁신인 "토글본드" 옵션이 있거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 심판의 날을 미룰 수 있는 경우가 그 예
장기적으로는 필연적인 반전
- 이연된 디폴트의 실현: 이연된 디폴트 다수는 결국 그 불가피성을 드러내며, 더 높이 레버리지된 상태에서 기업들이 무너질 것이라는 저자의 예상
- 자격에 못 미치는 기업까지 자금을 대준 자본시장의 관대함이 결국 더 높은 수준의 기업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
- 비대칭 원칙: 다른 조건이 같다면 붐이 클수록, 즉 자본시장의 상방 과잉이 클수록 버스트도 커진다는 원칙을 제시
- 타이밍과 정도는 예측 불가능하지만 사이클의 발생 자체는 저자가 아는 한 가장 확실에 가까운 현상이라는 판단
- 통상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속도가 들어가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비유로 마무리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완화 국면의 지속기간과 반전 국면의 급격함이 비대칭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경고
저자의 종합 진단과 두 인용의 활용
- 당시 시장 상태 요약: 글로벌 유동성 과잉, 전통 투자처에 대한 관심 저하, 위험에 대한 우려 부족, 어디서나 빈약한 프로스펙티브 수익률이라는 네 가지로 당시 여건을 요약
- 그 대가로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확대, 검증되지 않은 파생상품, 취약한 딜 구조라는 형태의 상당한 위험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진단
- 이번 사이클이 형태가 아니라 그 정도(extent)에서 이례적이라는 저자의 평가
- 과거보다 낮지만 여전히 적정한 수익률에 접근하는 대가: 지금 받아들여지는 위험이 완전히 밑지는 거래가 아니라, 과거보다는 낮아도 여전히 적정한 수준의 수익률에 접근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치르는 대가라는 뉘앙스로 저자는 설명
- 문제는 그 대가가 레버리지 확대·검증되지 않은 파생상품·취약한 딜 구조라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라고 짚음
- 낙관론자가 유리해 보이는 현재 국면이라는 솔직한 인정: 저자는 최종 결과 자체에는 큰 의문이 없다고 보면서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낙관론자들이 오히려 더 나아 보인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신중론이 옳더라도 사이클 국면상 당장은 열세에 놓일 수 있음을 저자 스스로 숨기지 않음
- 갤브레이스의 "금융 도취의 짧은 역사" 인용 취지: 저자가 생전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와 몇 시간을 보낼 기회가 있었다며 소개하는 이 인용은, 금융적 기억이 극히 짧아 재앙이 금세 잊히고, 몇 년 뒤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면 젊은 세대가 이를 혁신적 발견으로 환영한다는 요지
- 저자는 이 인용이 지금 상황에 특히 잘 들어맞는다고 소개
- 버핏 인용의 취지: 남들이 신중함 없이 처신할수록 자신은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버핏의 원칙을 저자가 자신의 결론을 대신할 문장으로 소개
- 이 메모의 요지: 투자자와 자본 공급자 전반의 신중함 수준이 광범위하게 낮아지는 바닥을 향한 경주가 진행 중이며, 참여자들이 결국 벌을 받을지 장기 성과가 회의론자를 능가할지는 지금 시점에서 누구도 증명할 수 없다는 저자의 유보
- 다만 과거 패턴상으로는 벌을 받는 쪽이 일반적이었다는 저자의 판단
- 저자의 최종 입장: 지금처럼 태평한 시장에서 원칙을 지키면 한동안 수익률에서 뒤처지고 구식으로 보일 수 있으나, 남들이 결국 이성과 자본을 잃을 때 자신의 것을 지킬 수 있다면 그 정도 대가는 크지 않다는 결론
- 이번엔 다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며, 오크트리는 지난 20년간 효과가 입증된 기준을 계속 적용하겠다고 마무리
투자자 관점 시사점
- 코브넌트 강약을 사이클 신호로 활용: 신디케이트론이나 하이일드 발행 시장에서 코브넌트 조건이 급격히 완화되는지, 텀시트가 과거 텀시트를 그대로 답습하는지를 국면 판단의 정성적 지표로 삼을 수 있음
- 구조 복잡성과 레버리지의 자기강화를 경계: CPDO처럼 손실이 나면 레버리지를 더 늘려 만회하려는 설계는 표면적 신용등급과 실제 위험이 괴리되는 대표 패턴이므로, 고평가된 등급 뒤에 숨은 실질 레버리지를 직접 따져봐야 함
- 실사 생략률·집행 속도 가속을 과열 신호로 점검: 신디케이트론 데이터룸 방문율, 사모펀드 자본 집행 속도 같은 구체적 행태 지표가 시장 여건보다 앞서 과열을 알려줄 수 있음
- "승자"라는 표현 자체를 재점검: 가장 낮은 안전기준으로 거래를 따낸 쪽을 승자로 부르는 업계 관행에 휩쓸리지 말고, 실제 손익이 확정되는 시점(사이클 반전 이후)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가 필요
- 당장의 열세를 감수하는 판단력: 원칙을 지키면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뒤처지고 구식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각오하고, 사이클 반전 이후에야 판단이 정당화된다는 시차를 감안해 의사결정을 해야 함
기억할 발언
- 메모를 촉발한 순간: 저자가 시장 과잉을 목격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뇌는 신호가 있다며, 이번에는 영국 모기지 배수 상향 보도가 바로 그 신호를 발동시켰다고 밝힌다 (원문: "that calls for a memo")
- 경매장에서의 자기풍자: 낙찰 후 축하 인사를 받을 때마다 저자는 그것이 그저 남보다 비싸게 부른 결과일 뿐이라며 승리라는 표현 자체를 의심한다고 소개한다 (원문: "On what? All I did is pay more")
- 갤브레이스가 짚은 금융 특유의 건망증: 저자는 세상을 떠나기 전 갤브레이스와 직접 대화를 나눴던 경험을 소개하며, 그의 저서 '금융 도취의 짧은 역사'에서 다른 어떤 산업보다 금융업에서 유독 과거의 재앙이 빨리 잊히고 몇 년 뒤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면 이를 젊은 세대가 혁신적 발견인 양 환영한다고 지적한 대목을 인용하며, 지금 상황에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소개한다 (원문: "the extreme brevity of the financial memory")
- 버핏이 제시한 신중함의 반비례 원칙: 저자는 이 메모 전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주변의 투자자와 자본 공급자들이 자신의 업무를 얼마나 신중하지 않게 처리하느냐가 곧 자신이 얼마나 더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결정한다는 버핏의 원칙을 결론 삼아 인용한다 (원문: "The less prudence with which others conduct their affairs")
- 그레셤의 법칙이 투자 세계에 적용되는 방식: 화폐 세계에서 나쁜 돈이 좋은 돈을 시장에서 몰아냈듯, 투자 세계에서도 비규율적 투자자가 규율적 투자자를 몰아내는 현상이 코브넌트 침식의 근본 메커니즘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원문: "bad money drives out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