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The Illusion of Knowledge — Oaktree Capital Management 저작. 이 문서는 전문 번역이 아니라 원문 논지를 따라간 한국어 해설. 원문은 위 링크에서 무료로 볼 수 있음
핵심 요약
- 막스는 1993년부터 예측에 대한 불신을 반복해서 밝혀왔지만, 이번 메모에서 처음으로 매크로 예측이 왜 구조적으로 어려운지를 정면으로 다룬다.
- 경제는 수억 명의 참여자와 그들 간의 무수한 상호작용으로 이뤄져 있어, 어떤 모델도 이를 온전히 재현할 수 없고 단순화 가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예측에 필요한 입력값 자체가 불확실하다. 인플레이션 하나를 예측하려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변이, 유가, 연준 정책 등 수천 개의 변수를 동시에 맞혀야 한다.
- 경제와 시장은 물리 법칙처럼 결정론적이지 않다. 사람의 심리와 행동이 개입하는 순간 과거 패턴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
- 예측의 가치를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지만, HFR 매크로 헤지펀드 지수는 장기간 S&P500에 크게 뒤처졌고 이는 매크로 베팅의 낮은 성과를 방증한다.
- 예측가들이 틀린 예측을 계속 내놓는 이유는 능력 부족보다 인지부조화에 따른 자기정당화, 업계 관행, 밥벌이의 필요성에 가깝다.
- 워런 버핏의 기준대로 매크로는 중요하지만 알 수 없는 영역이고, 투자 우위는 알 수 있는 것: 기업과 산업의 미시적 영역에서만 확보 가능하다.
- 막스는 '안다' 학파 대신 '모른다' 학파를 택할 것을 권한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태도가 화려하진 않지만 더 정직하고 결국 더 유용하다.
매크로 예측에 대한 오랜 회의와 이 메모의 계기
막스는 이번 메모에서 처음으로 왜 매크로 예측이 어려운지 그 메커니즘 자체를 설명하겠다고 밝히며 논의를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결론만 반복했다면, 이번에는 그 결론에 도달하는 논리 구조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내겠다는 것이 이 메모 전체의 방법론적 선언이다.
1993년부터 이어진 예측 불신
- 오랜 지론의 시작점: 막스는 1993년 2월 메모 "예측의 가치, 혹은 이 비는 다 어디서 왔나"부터 예측에 대한 불신을 밝혀왔고, 그 이후 여러 메모에서 이 주제를 반복해 다뤘다.
- 다만 그동안은 예측이 왜 쓸모없는지 결론만 말했을 뿐, 유용한 매크로 예측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왜 어려운지는 따로 다룬 적이 없었다.
- 막스는 각 절 서두에 즐겨 인용하던 경구들이 이미 자신의 회의적 태도를 대변해왔다고 밝히는데, 이번 메모에서도 이 관행을 그대로 이어간다.
- 이 메모가 채우려는 공백: 이번 메모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쓰였다. 결론이 아니라 과정의 논리를 파헤치는 것이 목표라고 막스는 명시한다.
- 이는 이 메모가 단순한 예측 비판을 넘어, 예측이라는 행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 자체를 해부하는 방법론적 시도라는 뜻이다.
생산의 비유
- 신뢰할 과정이 필요하다는 전제: 막스는 제조업이든 학문이든 예술이든, 유용한 결과물을 만들려면 필요한 입력값을 원하는 산출물로 바꿔주는 신뢰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다.
- 공장이라면 원자재를 완제품으로 바꾸는 공정이 검증돼 있어야 하고, 학문이라면 데이터를 결론으로 바꾸는 방법론이 검증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비유의 핵심이다.
- 막스의 핵심 주장은 경제와 금융시장에 얽힌 방대한 변수들을 유용한 매크로 예측으로 바꿔주는 과정이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이 비유는 뒤이어 나오는 "모델"(과정), "입력값"(원자재), "예측"(산출물)이라는 메모 전체의 3단 구조를 미리 예고한다.
한 점심 자리에서 얻은 계기
- 점심 자리의 질문 세례: "아이 베그 투 디퍼" 메모를 막 마무리한 2022년 7월, 막스는 경험 많은 투자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인플레이션 전망, 경기침체 여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대만 정세, 미국 선거의 영향 등 연쇄적인 질문을 받았다.
- 참석자들은 저마다 견해를 냈지만, 막스는 이 자리에 외교나 정치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는 점, 발언들이 아침 신문을 읽은 평균적 지식인의 판단보다 특별히 나을 게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 그는 어떤 견해도 투자 성과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이 경험이 이번 메모를 쓰게 된 직접적 계기라고 설명한다.
- 이때 막스가 강조하는 것은 발언 내용의 질이 아니라, 애초에 그 자리에 그 질문에 답할 자격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는 구조적 문제다. 전문성 없는 자신감이 투자 결정을 좌우하는 흔한 장면을 그대로 옮긴 셈이다.
- 연쇄적 참고 자료: 점심 이후 곧 니얼 퍼거슨의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 한 권의 책, 신문 기사가 잇달아 막스의 문제의식을 뒷받침했다.
- 막스는 이를 확증편향일 수도 있다고 스스로 유보하면서도, 이 자료들을 근거로 메모를 구성했다고 밝힌다.
- 이 자기 유보는 뒤에서 인지부조화를 논할 때 그가 스스로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음을 보여주는 복선이기도 하다. 예측가를 비판하면서 자신도 그 함정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고 시작하는 셈이다.
모델이라는 장치와 그 근본적 한계
점심 자리의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막스는 예측의 재료가 되는 경제 모델 자체가 왜 신뢰하기 어려운지를 파고든다. 이 절의 원제사는 역사가 다니엘 부어스틴의 통찰이다. 지식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니라 안다는 착각이라는 이 문장이 이 메모의 제목이자 핵심 문제의식의 출발점이 된다.
에코노메트릭스의 쇠퇴
- 한때 유행했던 계량경제학: 막스는 씨티은행 재직 초기 십여 년간 유행했던 econometrics, 즉 경제 데이터 속 관계를 찾아 예측을 도출하려는 시도를 언급한다.
- 이는 사실상 경제를 수학 모델로 만들려는 시도였다. 1970년대에 활발했지만 지금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막스는 그 모델들이 결국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 그는 이를 직접 목격한 경험담으로 제시한다. 학계와 업계가 한 시절 열광했던 방법론이 조용히 사라지는 현상 자체가, 화려한 수학적 정교함이 실제 예측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 모델은 결국 가정의 집합: 예측가는 복잡하든 직관적이든, 수학적이든 아니든 결국 모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모델은 "A가 일어나면 B가 일어난다"는 가정들로 이뤄진다.
- 그 모델의 산출물을 신뢰하려면 먼저 모델 자체가 신뢰할 만하다고 믿어야 하는데, 막스는 바로 이 전제부터 의심한다.
- 이는 이 절 전체의 질문 형식으로 이어진다. 모델이 현실을 얼마나 복제하는지 묻기 전에, 먼저 모델을 구성하는 가정들이 애초에 검증 가능한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접근이다.
미국 경제의 규모와 복잡성
- 수억 명의 상호작용: 미국 인구는 약 3억3천만 명이고, 거의 전원이 소비자·노동자·생산자·중개자로 경제에 참여하며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도 많다.
- 실제 경제를 시뮬레이션하려면 공급자·소비자·해외 시장 참여자까지 포함해 수십억 건의 상호작용과 노드를 다뤄야 한다.
- 소비자가 추가 소득 1달러를 받았을 때의 소비성향,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지출 항목을 압박하는 효과, 대체효과, 지구 반대편 지정학 사건의 파급까지 모두 예측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 막스가 이 네 가지 질문을 나열하는 방식 자체가 의도적이다. 각각은 단독으로도 어려운 예측인데, 실제 모델은 이 네 가지를 포함해 훨씬 많은 질문에 동시에 답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 단순화 가정의 대가: 이런 복잡성 때문에 모델은 소비자가 더 낫거나 저렴하지 않으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지 않는다는 식의 단순화 가정을 쓸 수밖에 없다.
- 하지만 소비자가 오히려 비싼 가격이 주는 위신 때문에 특정 상품을 선택하거나, 기업가가 시장점유율을 위해 몇 년간 손실을 감수하는 경우처럼 현실은 단순화 가정을 쉽게 벗어난다.
- 이런 예외를 모델이 미리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막스는 회의적이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수사적이지만 답은 명확하다. 모델은 이런 심리적·전략적 예외를 사전에 담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 여기서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일해 보이는 두 시점이라도 참여자의 심리 상태가 다르면 완전히 다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심리는 경제 외적 요인, 즉 정치나 사회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모델링이 더욱 어려워진다.
코로나19라는 반례
- 전례 없는 충격: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경제 상당 부분을 셧다운시키고, 소비자 행동을 완전히 뒤바꾸고, 대규모 정부 재정 지출을 촉발했다.
- 막스는 어떤 기존 모델도 이런 충격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단순한 회고적 지적이 아니라, 모델이 "본 적 없는 사건"을 원천적으로 다룰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로 제시된다.
- 1918년과의 단절: 1918년에도 팬데믹이 있었지만 아이폰도 화상회의도 없던 그 시절의 경제 상황은 2020년과 비교할 근거가 거의 없다.
- 이는 역사적 유사 사례가 있어도 시대적 조건이 다르면 참고 가치가 사실상 없어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100여 년이라는 시간 간격이 기술·제도·생활양식을 통째로 바꿔놓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같은 이름의 사건이라도 경제적 함의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막스의 결론이다.
- 이 사례는 뒤에서 다시 등장하는 "표본 크기 1" 문제와도 연결된다. 유일한 역사적 선례조차 실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조건이 다르다면, 애초에 참고할 표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정상성 가정과 크롬웰의 법칙
- 정상성 개념: 막스는 모건 하우절의 뉴스레터에서 인용한 통계학 개념 두 가지를 소개한다. 정상성(stationarity)은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큰 힘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으로, 과거 100년 홍수 데이터로 제방 높이를 정하는 방식이 그 예다.
- 스탠퍼드대 스콧 세이건 교수의 말을 빌려, "전에 일어난 적 없는 일이 항상 일어난다"는 세계에서는 이 가정이 결정적 순간에 무너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 물리학에서는 만유인력처럼 정상성이 통하지만, 심리와 감정, 인간 행동이 개입하는 경제에서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막스의 결론이다. 물리적 시스템은 근본 법칙 자체가 변하지 않지만, 경제적 시스템은 그 근본 동력인 인간의 행동 양식 자체가 시대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 크롬웰의 법칙: 두 번째 개념인 크롬웰의 법칙은 어떤 일이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단언하지 말라는 원칙으로, 10억분의 1 확률이라도 충분히 많은 사건에 노출되면 놀라운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 막스는 자신의 책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에서 투자자가 버려야 할 일곱 단어로 절대·항상·영원히·불가능·안 한다·할 것이다·해야 한다를 꼽은 바 있다. 이 단어들을 버려야 한다면 매크로 미래를 안정적으로 맞히는 모델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함께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 정상성과 크롬웰의 법칙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정상성은 "과거 패턴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을, 크롬웰의 법칙은 "일어날 수 없다고 믿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각각 말하며, 둘 다 모델의 신뢰 구간 바깥에서 결정적 사건이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필립스 곡선의 붕괴 사례
- 60년 통용된 관계: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이 낮아질수록 임금 인플레이션이 오른다는 이론으로, 유휴 노동력이 줄면 근로자의 협상력이 커진다는 논리에 기반한다.
- 오랫동안 실업률 5.5퍼센트가 완전고용 기준으로 여겨졌다. 이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널리 받아들여진 관계였다는 점에서, 막스가 이 사례를 고른 이유가 분명해진다. 가장 견고해 보이던 관계조차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 실제로 벌어진 괴리: 2015년 3월 실업률이 5.5퍼센트 아래로 떨어졌고 2019년 9월에는 50년 만에 최저인 3.5퍼센트까지 하락했지만, 2021년까지 임금이나 물가 어느 쪽에서도 유의미한 인플레이션 상승은 없었다.
- 막스는 이 사례가 수십 년간 모델에 내장돼 있던 핵심 관계가 지난 10년 상당 기간 동안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 이 사례는 앞서 소개한 정상성 개념의 실제 사례이기도 하다. 실업률과 임금 인플레이션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주는 큰 힘 - 세계화, 노동시장 구조 변화, 기술 발전 - 이 시간이 지나며 실제로 변했다는 것이 사후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전자와 인간의 결정적 차이
- 파인만의 비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전자가 감정을 가졌다면 물리학이 얼마나 어려워졌을지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 물리 법칙이 안정적인 이유는 전자가 언제나 정해진 대로 움직이고 잊거나 반항하거나 파업하거나 혁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 경제 참여자는 전자가 아니다: 반면 경제의 참여자들은 이 어느 것도 지키지 않는다. 행동이 예측 불가능하다면 그 행동으로 이뤄진 경제의 작동 방식도 모델링될 수 없다는 것이 이 절의 결론이다.
- 여기에 로렌츠의 나비효과 비유까지 더해, 작은 가정의 오류나 참여자 행동의 작은 변화가 매우 큰 결과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인다.
- 파인만의 비유와 로렌츠의 나비효과는 서로 다른 층위에서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파인만은 참여자 자체가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로렌츠는 설령 규칙을 어느 정도 따르더라도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각각 보여준다. 두 문제가 겹치면 모델의 신뢰도는 이중으로 낮아진다.
모델의 조건부 신뢰성과 변곡점의 위험
- 평상시엔 맞고 결정적 순간에 틀린다: 막스는 모델의 산출물이 가정이 깨지지 않는 한 상당 부분 맞는 방향을 가리킬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문제는 가정이 무너지는 순간이 하필 인플레이션 정점이나 경기 전환점처럼 정확한 예측이 가장 값질 순간과 겹친다는 데 있다.
- 이는 이 절 전체의 논지를 압축한 문장이다. 모델이 평소에는 어느 정도 쓸모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의존하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순간에는 배신당한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 되풀이되는 질문들: 막스는 모델이 현실을 복제할 수 있는지, 수백만 참여자와 그들의 상호작용을 묘사할 수 있는지, 그 과정이 수학으로 환원될 수 있는지, 수학이 사람의 질적 뉘앙스를 담을 수 있는지, 소비자 선호나 기업 행동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반응까지 예견할 수 있는지를 연쇄적으로 묻는다.
- 이 모든 질문에 그는 사실상 부정적으로 답하며, 경제적 관계는 도식으로 미리 짜여 있지 않다고 결론짓는다.
- 이 절 전체는 다음 절, 즉 모델에 넣을 입력값 자체의 신뢰성 문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과정(모델) 자체가 불완전하다면, 그 과정에 넣는 원료(입력값)의 질을 따지는 것은 그 다음 단계의 논리적 순서다.
예측의 재료가 되는 입력값들의 신뢰성 문제
모델의 구조적 한계를 다룬 앞 절에 이어, 이번에는 그 모델에 집어넣는 입력값 자체가 얼마나 불확실한지를 다룬다. 이 절의 원제사는 GE 출신 경영자 이언 윌슨의 말이다. 아무리 정교한 지식이라도 결국 과거에 관한 것이고, 정작 내려야 할 결정은 미래에 관한 것이라는 근본적 어긋남이다.
과거의 지식으로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딜레마
- 입력값과 필요값의 어긋남: 우리가 가진 자료는 전부 과거 데이터인데 정작 필요한 것은 미래 예측이라는 간극을, 막스는 이 절 전체에서 반복해서 확인한다.
- 이 어긋남 때문에 아무리 정교한 모델도 결국 과거의 관계를 미래에 투영하는 외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출발점이다.
- 막스는 이를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통속적 격언과도 연결 짓는다. 입력값이 근본적으로 불완전하다면, 아무리 모델이 정교해도 산출물이 신뢰할 만할 수 없다는 것이다.
퍼거슨의 인플레이션 질문 목록
- 94,000개 품목의 문제: 니얼 퍼거슨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는지 묻는 것이 사실은 9만4천 개 품목의 수급, 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 달러 강세 지속 여부까지 동시에 묻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여부,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의 전파력(BA.2 대비 35퍼센트 높음, BA.2는 원조 오미크론보다 20퍼센트 이상 높음)까지 더해진다.
- 퍼거슨은 이 모든 변수를 모델에 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 그가 이렇게 세부적인 숫자까지 나열하는 이유는, 겉으로 단순해 보이는 질문("인플레이션이 꺾였는가")이 실제로는 수만 개의 미시적 질문을 압축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 막스의 보완 논점: 막스는 퍼거슨의 글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한 가지는 다르게 본다. 인플레이션 예측은 전쟁이나 팬데믹의 향방을 맞히는 것보다 오히려 더 어렵다는 것이다.
-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맞히려면 저 두 가지 사건의 결과는 물론 그 밖의 수천 가지 요소까지 함께 맞혀야 하기 때문이다.
- 이 대목에서 막스는 퍼거슨을 단순히 인용하지 않고 그의 논지를 한 단계 더 밀어붙인다. 퍼거슨이 "전쟁·팬데믹만큼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을, 막스는 "그 두 사건을 포함한 상위 집합이므로 더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재구성한다. 이는 제3자의 견해와 막스 본인의 판단을 명확히 구분해서 읽어야 할 대목이다.
순환 논리의 문제
- 되먹임 고리: 퍼거슨의 글은 또 다른 난제를 드러낸다고 막스는 지적한다. 경제 전체의 향방을 예측하려면 소비자 행동에 대한 가정이 먼저 필요한데,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려면 다시 전반적인 거시 경제 환경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다.
- 막스는 이를 풀리지 않는 되먹임 구조라고 표현하며, 입력값과 출력값이 서로를 전제하는 이 순환 자체가 예측을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 이 순환 논리는 앞 절에서 다룬 모델의 복잡성 문제와도 이어진다. 단순히 변수가 많아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변수들끼리 서로를 전제하는 구조 자체가 논리적으로 출발점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심각한 문제다.
단일 시나리오 예측의 확률적 함정
- 연쇄 예측의 구조: 막스는 전형적인 투자 예측 과정을 A(경제)에서 B(금리)로, B에서 C(주식시장)로, C에서 D(업종)로, D에서 E(개별종목)로 이어지는 단일 시나리오로 묘사한다.
- 예측가로서 3분의 2, 즉 67퍼센트 확률로 맞히는 것도 대단한 성과인데, 다섯 단계 각각이 67퍼센트 확률로 맞더라도 다섯 개 모두 맞을 확률은 13퍼센트에 불과하다.
- 이는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연쇄 예측이 사실은 극히 낮은 성공 확률 위에 서 있음을 수학적으로 보여준다. 0.67의 5제곱은 약 13.5퍼센트로, 개별 단계의 정확도가 상당히 높아 보여도 연쇄가 길어질수록 전체 성공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진다.
- 다른 시나리오를 무시하는 위험: 막스는 A, B, C, D 각각에 대해 다른 가능한 결과와 그 확률, 그것이 실현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E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지적인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 다시 말해 단일 경로 하나만 가정하고 그 경로의 끝에 있는 종목에 베팅하는 것은, 나머지 대안 경로들이 실현될 확률과 그때의 결과를 아예 무시하는 셈이다. 이는 뒤에 나오는 "단일요인 모델" 비판과 정확히 같은 구조의 문제다.
역사적 유사 사례의 한계
- 패턴이 있지만 완전한 반복은 없다: 막스는 코로나19 초기 메모에서 인용했던 하버드 역학자 마크 립시치의 구분, 즉 사실, 다른 바이러스로부터의 유추, 순수한 의견 세 가지를 다시 소환한다.
- 경제나 시장 예측에는 방대한 역사와 유사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그래도 미래를 신뢰성 있게 예측하는 재료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 이 대목에서 막스는 코로나19와 경제 예측을 비교하는 흥미로운 태도를 취한다. 자료가 더 많다고 해서 예측이 더 신뢰할 만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료의 양과 예측의 질은 별개 문제라는 뜻이다.
- 표본 크기 1의 문제: 사람들이 막스에게 지금 사이클과 가장 비슷한 과거 사이클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는 부분적 유사성은 있어도 완전히 똑같은 사례는 없고 차이가 유사성을 압도한다고 답한다.
- 설령 동일한 과거 시기를 찾더라도 표본 크기 1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투자자들이 역사적 참고를 붙잡는 이유는 그것 없이는 무방비 상태로 느끼기 때문이지, 그것이 실제로 신뢰할 만해서가 아니다.
- 막스는 이 심리를 냉정하게 짚는다. 역사적 유사 사례를 찾는 행위는 인식론적으로 정당해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기 때문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는 뒤에서 다룰 자기정당화 심리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결정론이 아닌 세계 - 예측 불가능한 영향들
입력값의 불확실성을 다룬 앞 절에 이어, 막스는 세계 자체가 질서와 무작위 사이 어디쯤에 있는지를 묻고 예측 불가능성의 근원을 정리한다. 이 절의 원제사는 투자저술가 피터 번스타인의 말이다. 예측은 미래가 알 수 있는 것이라는 신기루를 만들어낸다는 지적이다.
결정론적 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계
- 결정론이라는 개념: 막스는 퍼거슨의 글에서 배운 단어 "결정론적"을 소개한다. 선행 사건이나 자연법칙에 의해 인과적으로 정해진다는 뜻으로, 파인만의 전자처럼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에서만 성립한다.
- 하지만 경제와 시장은 사람이 개입하는 순간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게 되고, 선행 사건은 무대를 마련하거나 반복되는 경향을 보일 뿐 똑같이 되풀이되는 경우는 드물다.
- 막스는 경제와 시장의 작동 과정이 결정론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예측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 그가 결론에 이르기까지 사용한 논리는 앞 두 절, 즉 모델의 한계와 입력값의 불확실성을 종합한 것이다. 과정도 재료도 신뢰할 수 없다면, 그 산출물인 세계 자체가 결정론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결론은 필연적이다.
- 예측이 만드는 신기루: 번스타인의 통찰대로, 세계가 질서와 무작위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 자체는 예측이 미래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착각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막스는 강조한다.
- 예측 가능한 순간과 불가능한 순간을 사전에 구분할 방법이 없다면, 예측이라는 행위 자체가 신기루를 파는 일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 막스는 세상을 완전한 질서나 완전한 무작위 어느 한쪽으로 단정 짓지 않는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태도를 취하지만, 그 중간 지대의 존재가 오히려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본다. 어느 순간이 예측 가능한 질서의 영역이고 어느 순간이 예측 불가능한 무작위의 영역인지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체스터턴의 통찰
- 거의 합리적이지만 완전히는 아니다: 막스는 2015년 메모에서 인용했던 영국 작가 G.K. 체스터턴의 글을 다시 소환한다. 세상의 진짜 문제는 비합리적이거나 완전히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거의 합리적이지만 완전히는 아니라는 점에 있다는 내용이다.
- 수학적이고 규칙적으로 보이지만 그 부정확함은 숨겨져 있고, 야생성은 언제든 숨어서 기다린다는 체스터턴의 표현은 경제 모델이 겉으로는 정교해 보여도 결정적 순간에 무너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 이 인용은 앞서 다룬 "모델의 조건부 신뢰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체스터턴이 말한 "숨겨진 부정확함"이 바로 막스가 말한 "가정이 깨지는 순간"이며, "숨어서 기다리는 야생성"이 바로 변곡점에서 튀어나오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무작위 입력값들
- 통제 불가능한 변수: 막스는 날씨, 지진, 사고, 사망처럼 순수하게 무작위적인 요인과, 아직 표면화되지 않은 정치·지정학적 이슈들이 예측 모델의 입력값을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 이런 요인들은 정의상 사전에 반영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모델의 한계를 다시 확인시켜준다. 아직 벌어지지 않았고 벌어질 조짐조차 없는 사건을 모델에 미리 담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항목의 요지다.
- 특히 그는 정치·지정학 이슈를 "우리가 아는 것"과 "아직 표면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누는데, 후자가 더 위험하다. 알려진 리스크는 그래도 확률적으로 다룰 여지가 있지만, 아직 존재조차 인지되지 않은 리스크는 모델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되짚어보면 항상 예상 밖이었다
- 점심 자리 주최자의 변명: 점심 자리 주최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연준 구제조치의 뜻밖의 성공, 우크라이나 침공이 모두 갑작스레 닥쳤으니 최근 예측이 틀린 것을 이해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 막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아무도 이 사건들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참석자들이 예측을 포기해야 한다는 증거라고 봤다.
- 이 대목은 이 메모 전체에서 가장 날카로운 반전 중 하나다. 주최자는 "예상 밖의 사건이 있었으니 다시 예측을 시도하자"고 말했지만, 막스는 "예상 밖의 사건이 항상 있었으니 예측 자체를 그만두자"고 정반대의 결론을 끌어낸다.
- 2016년 미국 대선 사례: 2016년 가을 거의 모든 사람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과,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 확신했다.
- 실제로는 트럼프가 당선됐고 시장은 오히려 급등했다. 막스는 이후 6년간 경제와 시장에 미친 영향이 지대했고, 2016년 선거를 통상적 시각으로 예측한 어떤 전망도 이후 상황을 맞히지 못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한다.
- 이는 특정 사건 자체를 맞히는 것과, 그 사건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맞히는 것이 각각 별개의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선거 결과 자체를 맞혔더라도, 그 결과에 시장이 폭락이 아니라 급등으로 반응할 것을 맞힌 사람은 사실상 없었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이중의 예측 실패를 보여준다.
- 막스는 이 두 가지 실패, 즉 "사건 예측"과 "사건에 대한 반응 예측"이 각각 독립적으로 어렵고, 둘 다 맞혀야만 비로소 유용한 투자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예측이 실제로 성과에 도움이 되는가
세계가 결정론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막스는 실제로 예측이 투자 성과에 기여하는지를 데이터로 검증하려 시도한다. 지금까지의 논증이 이론적·구조적이었다면, 이 절부터는 실증적 근거로 논지를 뒷받침하려는 시도다.
트랙레코드 없는 산업
- 마크투마켓 없는 이코노미스트: 막스는 최근 메모 "매크로에 관한 생각"에서 썼듯, 1970년대에 이코노미스트를 "절대 마크투마켓하지 않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라고 부르던 표현을 소개한다.
- 이코노미스트는 예측을 내놓고, 사건이 그 예측을 맞거나 틀리게 증명하면 새 예측을 내놓을 뿐, 적중률을 추적하거나 공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트랙레코드 없이 살아남는 산업: 막스는 트랙레코드 없이 펀드매니저를 고용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도, 이코노미스트와 스트래티지스트들은 공개된 성적표 없이도 여전히 업계에서 살아남는다고 지적한다.
- 그는 매크로 예측이 투자 수익에 기여한 정도를 계량화한 연구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이 분야의 근거 자료가 이례적으로 빈약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 막스는 독자에게도 직접 질문을 던진다. 회사에 상근 이코노미스트가 있는지, 그들의 적중률을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 그 기여도를 계량화할 방법이 있는지를 되묻는다. 이 질문들은 수사적이지만 답은 명백히 "그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 액티브 펀드의 쇠퇴와의 연관성: 액티브 주식펀드는 수십 년째 인덱스펀드 등 패시브 상품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있고, 이제는 미국 주식 뮤추얼펀드 자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중을 차지한다.
- 막스는 이런 액티브 운용의 부진한 성과 뒤에, 매크로 예측이 실제로는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 한몫하고 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한다.
- 다만 그는 이 인과관계를 단정하지 않는다. 액티브 펀드 다수가 매크로 예측가를 팀에 두거나 그들의 조언을 받는다는 사실을 지적할 뿐, 이것이 액티브 부진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신중한 유보를 두고 있다.
헤지펀드 실적으로 본 매크로의 성적표
- HFR 데이터의 시사점: 막스가 유일하게 찾을 수 있었던 정량적 근거는 HFR(Hedge Fund Research)의 헤지펀드 성과 지수다. 전체 헤지펀드 지수는 장기간 S&P500에 크게 뒤처졌고, 그중에서도 매크로 펀드 하위지수는 특히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훨씬 더 부진했다.
- 투자자들이 여전히 약 4조5천억 달러를 헤지펀드에 맡기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금이 수익률 외의 다른 효용(분산·변동성 관리 등)을 기대한다는 뜻이지만, 매크로 펀드에는 그런 효용조차 뚜렷하지 않다고 막스는 지적한다.
- 막스는 이 데이터를 "내가 찾을 수 있었던 유일한 정량적 근거"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곧 매크로 예측의 가치를 검증하는 연구 자체가 산업 전체에 얼마나 부족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 성공한 매크로 투자자의 희소성: 막스는 자신이 아는 투자자 중 매크로 베팅으로 유명해지고 부자가 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든다.
- 어머니의 표현을 빌려 이런 희소성이야말로 "예외가 규칙을 증명한다"는 것이며, 규칙은 매크로 예측이 좀처럼 뛰어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 이 개인적 관찰은 앞의 HFR 데이터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통계 지수 하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논증을, 자신이 수십 년간 업계에서 직접 목격한 경험으로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크루그먼의 자기고백
- 폴 크루그먼의 인플레이션 오판: 2021년 초 미국 구제법안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두고 경제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있었고, 크루그먼은 우려가 덜한 쪽에 섰다가 결과적으로 크게 틀렸다.
-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내가 틀렸다" 특집에서 자신의 모델이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이 정도 물가 상승을 예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 크루그먼은 자신이 틀린 이유를 여러 갈래로 설명한다. 역사가 오히려 오도했을 가능성, 팬데믹 이후 적응 과정에서 생긴 혼란이 여전히 큰 역할을 했을 가능성,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가 완전히 새로운 층위의 혼란을 더했다는 점까지 언급한다.
- 모델을 계속 쓰겠다는 태도: 크루그먼은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서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외삽이 안전한 베팅이 아니었다고 반성하면서도, 앞으로 모델링과 외삽 자체를 그만두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 막스는 이런 솔직함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겸손이 곧 예측 자체를 포기하는 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씁쓸하게 짚는다.
- 막스는 여기서 흥미로운 반례도 덧붙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표준 경제 모델이 상당히 잘 작동했고 크루그먼 자신도 그 경험 때문에 2021년에 같은 모델을 편하게 적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세계에서는 그런 외삽이 더 이상 안전한 베팅이 아니었다는 것이 크루그먼의 뒤늦은 깨달음이다. 이는 모델이 "가끔은 맞는다"는 앞선 논지를 실제 사례로 확인해주는 동시에, 바로 그 "가끔 맞았던 경험"이 다음번 실패의 함정이 된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연준조차 예측에 실패한다
- 포워드 가이던스의 붕괴: 이코노미스트 게리 실링은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 프로그램이 재앙에 가까웠으며 제롬 파월조차 이를 폐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듯하다고 썼다.
- 실링에 따르면 포워드 가이던스의 근본 문제는 연준 스스로도 예측하는 데 형편없었던 데이터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준은 2007-2009년 대침체 이후의 경기 회복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
- 2014년 9월 연준은 2015년 실질 GDP 성장률을 3.40퍼센트로 예상했지만, 2015년 9월에는 이를 2.10퍼센트로 계속 낮춰야 했다.
- 자신의 금리조차 못 맞히는 연준: 연방기금금리는 시장이 아니라 연준 스스로 정하는 금리인데도, 2015년 FOMC 위원들은 2016년 금리를 평균 0.90퍼센트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0.38퍼센트였고, 2019년 예상치 3.30퍼센트에 실제는 2.38퍼센트였다.
- 400명 넘는 박사급 이코노미스트를 보유한 연준조차 자신이 통제하는 변수를 못 맞힌다는 사실은, 막스에게 매크로 예측의 근본적 무용성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다.
- 실링은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지적한다. 2021년 초 연준은 팬데믹 재개장 마찰과 공급망 혼란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믿었다가 뒤늦게야 태도를 바꿔 금리를 올리고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잘못된 연준 예측이 잘못된 포워드 가이던스로, 다시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는 연쇄를 실링은 명시적으로 지적한다.
- 막스가 이 사례를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연준은 다른 예측가들과 달리 자신이 예측하는 변수(기준금리)를 스스로 결정할 권한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 대상에 대한 통제권까지 가진 기관이 그럼에도 예측에 실패한다면, 통제권이 전혀 없는 일반 투자자나 이코노미스트의 예측은 더더욱 신뢰하기 어렵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예측가와 실무자들이 예측을 계속하는 이유
성과 데이터가 예측의 무용성을 시사함에도 업계가 예측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막스는 심리학적으로 파고든다. 이 절의 원제사대로, 예측은 대개 미래보다 예측을 내놓은 사람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 버핏의 통찰이다.
예측이 필요하다는 반론
- 투자는 원래 미래에 베팅하는 일이라는 반론: 막스는 스스로 반론을 제기한다. 투자란 애초에 미래 사건에 대비해 자본을 배치하는 행위인데,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관점 없이 어떻게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 그는 예측이 아무리 불완전해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예측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논리 자체는 인정한다. 다만 그 필요가 곧 예측의 유용성을 증명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어지는 논의의 출발점이다.
- 이 반론을 스스로 제기하고 인정하는 태도는 막스의 논증 방식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자신의 논지에 불리해 보이는 논거를 먼저 소개한 뒤, 그것이 왜 결론을 바꾸지 못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논증의 신뢰도를 높인다.
업계 관행과 자기 정당화
- 관성적인 이유들: 막스는 예측이 계속되는 이유로 그것이 직무의 일부라는 점, 투자자들이 항상 해왔다는 점, 경쟁자들도 다 한다는 점, 지금까지 늘 해왔으니 이제 와서 그만둘 수 없다는 점, 그만두면 고객을 못 얻을 것이라는 두려움 등을 열거한다.
- 이는 능력이나 효용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관행과 생존 필요성의 문제라는 것이 막스의 시각이다. 즉 예측이 계속되는 이유는 그것이 효과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만두는 쪽이 개인의 커리어에 더 큰 위험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인지부조화 이론: 막스는 아들 앤드류의 추천으로 읽은 책 "실수는 일어났다(하지만 내가 한 건 아니다)"를 인용해, 사람들이 기존 신념과 배치되는 증거를 마주하면 신념을 바꾸는 대신 무의식적으로 그 신념을 더 완강하게 정당화한다고 설명한다.
- 저자인 심리학자 캐럴 태브리스와 엘리엇 애런슨은 사람들이 부조화 정보를 아예 회피하거나, 자기 관점을 뒷받침하는 기억만 선택적으로 떠올리거나, 이미 믿는 바를 확인해주는 정보만 찾는 인지편향에 따라 움직인다고 지적한다.
- 저자들은 또한 기존 신념을 지지하는 관행이 옳다고 배운 사람이, 그 관행 중 일부가 틀렸다는 증거를 접했을 때 취하는 두 가지 선택지, 즉 틀렸음을 인정하고 접근법을 바꾸거나 새로운 증거를 거부하는 것 중 대개 후자를 택한다고 설명한다.
- 멍거가 인용한 데모스테네스: 막스는 찰리 멍거가 즐겨 인용하는 그리스 웅변가 데모스테네스의 말을 함께 소환한다. 자기기만보다 쉬운 것은 없다,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바를 곧 사실이라 믿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 이 인용을 통해 예측가들의 자기정당화가 특별한 악의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더 가깝다는 점이 강조된다.
- 예측가들의 구체적 자기정당화 패턴: 막스는 이 메커니즘이 예측가들에게 나타나는 구체적 형태로 예측을 필수 요소로 여기는 사고, 대담하고 비주류적이었던 맞은 예측만 기분 좋게 기억하는 습관, 적중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 틀린 예측을 잊거나 축소하는 태도, 적중률을 기록하지 않거나 타율을 계산하지 않는 관행, 미래의 큰 보상만 바라보는 태도, "다들 그렇게 한다"는 변명, 그리고 예상치 못한 무작위·외생 사건 탓으로 돌리는 습관을 꼽는다.
- 그는 이 마지막 항목이 특히 핵심을 찌른다고 본다. 예측이 이렇게 쉽게 외부 사건으로 무력화된다면, 애초에 왜 예측을 하느냐는 것이다.
- 사기꾼이 아니라 자기이익에 충실할 뿐: 막스는 예측가들을 사기꾼이나 협잡꾼으로 보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다. 대부분은 똑똑하고 교육받은 사람들이며 스스로 유용한 일을 한다고 믿는다.
- 다만 자기이익이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들고, 자기정당화가 반대 증거 앞에서도 그 행동을 고수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정직한 사람들조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는 옳다고 믿으면서도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입장을 취하고 그것을 정당화할 근거를 잔뜩 갖고 있다는 것이 막스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 하우절의 확실성에 대한 통찰: 막스는 모건 하우절의 글을 인용한다. 과거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미래를 예측하려는 욕구를 조금도 줄이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 확실성은 너무나 값진 것이어서 사람들은 그 추구를 결코 포기하지 못하며, 미래가 얼마나 불확실한지 정직하게 마주한다면 대부분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을 것이라는 하우절의 표현을 막스는 인용한다.
- 이 인용은 예측이 지속되는 이유를 업계 관행이나 밥벌이 차원을 넘어 인간의 근본적 심리 욕구로 확장시킨다.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차라리 틀릴 가능성이 있는 확신을 택한다는 것이다.
은행가들의 낙관주의 사례
- 1929년 뉴욕타임스 부제: 막스는 오크트리 공동창업자 리처드 마슨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1929년 10월 30일자 뉴욕타임스 합본을 언급한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이틀간 총 23퍼센트 폭락한 직후 신문의 부제는 "은행가들은 낙관적"이었다.
- 이후 채 3년이 지나기 전, 다우지수는 고점 대비 약 85퍼센트 하락했다.
- 막스는 대부분의 은행가와 펀드매니저가 태생적으로 낙관적이며, 그 낙관이 사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예측과 그에 따른 행동까지 왜곡시킨다고 지적한다.
- 이 사례는 앞서 다룬 자기이익 논리를 역사적으로 확인해주는 사례다. 시장이 사상 최악의 폭락을 겪은 직후에도 낙관적 논조가 유지된 이유는, 은행업 자체가 낙관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막스의 해석이다.
매크로 예측이 구조적으로 돈이 안 되는 이유
자기정당화의 심리를 살펴본 뒤, 막스는 예측이 왜 애초에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지 구조적 논리를 제시한다.
외삽과 편차의 비대칭
- 막스가 여러 차례 반복한 논리: 대부분의 예측은 과거 추세의 외삽이고, 매크로 흐름은 대개 과거 추세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외삽은 대체로 성공한다.
- 하지만 외삽에 기반한 전망은 이미 증권 가격에 선반영돼 있어, 그 전망을 따른다고 특별한 초과수익을 얻지는 못한다.
- 드물지만 수익성 있는 편차: 경제가 과거 패턴에서 실제로 크게 벗어나는 순간은 가끔 있고, 이는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뜻밖의 일이므로 시장을 크게 움직인다. 이런 편차를 정확히 예측하면 수익성이 높다.
- 하지만 경제가 그렇게 자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편차에 대한 정확한 예측 자체가 드물고 대부분의 편차 예측은 결국 틀린다.
- 결론적 도식: 결과적으로 (1)대체로 맞지만 수익성 없는 외삽 예측과 (2)잠재적으로 수익성 있지만 거의 맞지 않는 편차 예측만 남고, 어느 쪽도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막스의 결론이다.
- 막스는 이 논리를 자신이 이전 메모에서 이미 여러 번 반복했다고 밝히면서도, 이 메모에서는 완결된 형태로 다시 정리한다. 논리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이렇다. 대부분의 예측은 과거의 외삽이다. 매크로는 대개 과거 추세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외삽은 대체로 맞는다. 하지만 그 예측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어 초과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경제가 실제로 과거 패턴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게 있고, 그 이탈은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뜻밖이기 때문에 시장을 크게 움직인다. 이 이탈을 정확히 예측하면 수익성이 매우 높지만, 이탈 자체가 드물게 일어나므로 이탈에 대한 정확한 예측도 드물다. 결국 남는 것은 맞지만 돈이 안 되는 외삽 예측과, 돈은 되지만 거의 맞지 않는 편차 예측뿐이라는 것이다.
단일요인 모델의 함정
- 체스판이 아니라 3차원 체스: 막스는 점심 자리에서 나온 "연준이 금리를 크게 올릴 것이므로 리스크오프"라거나 "인플레이션이 4분기에 완화돼 연준이 비둘기파로 돌아설 것이므로 강세"라는 발언들을 예로 든다.
- 이런 발언은 사실상 연준 정책 하나만 변수로 놓고 나머지 모든 것을 고정시킨 단일요인 모델이라는 것이다. 체커를 두면서 3차원 체스를 두고 있다고 착각하는 셈이다.
- 999개의 나머지 변수: 연준 행동 자체를 예측하는 것, 그에 대한 인플레이션의 반응,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반응까지 모두 불가능에 가까운데, 임금 협상, 중간선거, 우크라이나 전쟁, 유가처럼 함께 고려해야 할 나머지 수백 개 변수는 아예 논외로 취급된다.
- 인간의 사고는 한 번에 몇 가지 요인밖에 담지 못하고, 특히 여러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막스는 지적한다.
- 이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라는 별개의 문제를 논증에 추가한다. 설령 모든 변수를 이론적으로 나열할 수 있다 해도, 사람의 머리로 그 변수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까지 동시에 계산하는 것은 별개의 훨씬 더 어려운 과제라는 것이다.
경제 예측과 시장 예측은 별개의 게임
- 그레이엄의 투표기와 저울: 벤 그레이엄은 단기적으로 시장은 투표기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울이라고 말했다. 설령 경제 흐름을 정확히 맞히더라도, 그것이 단기 시장 심리로 어떻게 전환될지는 완전히 다른 예측 과제라는 것이다.
- 2020년 3월 연준과 재무부의 조치가 경기 회복을 이끌 것이라 맞힌 이코노미스트는 있었지만,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시작된 강세장 자체를 예측한 사람은 막스가 아는 한 없었다.
- 이 사례는 막스의 논증 전체에서 가장 극명한 실제 사례 중 하나다. 경제 예측(회복이 온다)이 정확했더라도, 시장 반응 예측(회복이 오기도 전에 강세장이 시작된다)은 완전히 별개로 틀렸다는 점에서, 두 층위의 예측을 모두 맞혀야만 실제로 유용한 투자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버핏의 지식 기준
- 중요함과 알 수 있음: 2016년 버핏은 막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려면 중요해야 하고 동시에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두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막스는 매크로 전망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근래 투자자들은 예측가의 말 한마디, 매크로 사건, 연준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막스가 처음 업계에 발을 들였을 때와 달리, 요즘은 매크로가 거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고 정작 기업 차원의 개별 소식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취급되는 분위기다.
- 하지만 매크로의 미래는 알 수 없는 영역이고, 거의 아무도 대다수 투자자보다 지속적으로 더 많이 알 수 없다는 것이 버핏과 막스가 공유하는 핵심 판단이다.
- 막스는 버핏이야말로 매크로 예측을 멀리하고 기업, 산업, 개별 증권이라는 미시적 영역을 더 깊이 아는 데 집중해 성공한 투자자의 대표 사례라고 평가한다.
- 버핏의 두 조건은 이 메모 전체의 결론을 압축하는 틀이기도 하다. 앞선 여러 절이 보여준 것은 결국 매크로가 "중요하다"는 조건은 충족하지만 "알 수 있다"는 조건은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었고, 이 절은 그 두 조건을 명시적으로 분리해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안다 학파와 모른다 학파 - 투자자의 선택
버핏의 지식 기준을 근거로, 막스는 자신이 2001년과 2004년 메모에서 제시했던 두 학파 구분으로 결론을 맺는다.
"안다" 학파의 특징
- 자신감이 핵심 단어: 막스가 만난 대부분의 투자자, 특히 1968년부터 1978년 주식을 분석하던 시기와 1978년부터 1995년 비주류 투자로 옮긴 뒤에도 여전히 주식 중심 운용사에서 일하던 시기 동료들은 대부분 "안다" 학파에 속했다.
- 이들은 경제·금리·시장·주요 종목의 향후 방향에 대한 지식이 투자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 믿고, 자신이 그것을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 많은 사람이 동시에 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두가 성공할 수 있거나 자신은 그 소수에 속한다고 여긴다.
- 견해를 공유하는 역설: 이들은 자신의 미래 전망을 근거로 투자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그 견해를 남들과 기꺼이 공유한다. 막스는 정말 정확한 예측이라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할 텐데도 그것을 공짜로 나눠준다는 점에서 이 태도의 모순을 짚는다.
- 이들은 또한 자신의 예측 적중률을 엄격히 되짚어보는 경우가 드물다. 이는 앞서 다룬 "트랙레코드 없는 산업"과 "인지부조화" 논의가 학파 구분이라는 형태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모른다" 학파의 특징과 막스의 선택
- 경계심이 핵심 단어: "모른다" 학파는 미래를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으며, 그 지식 없이도 최선을 다해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목표라고 믿는다.
- "안다" 학파에 속하면 만찬에서 환영받는 손님이 될 수 있고 특히 주식시장이 오를 때는 더욱 그렇지만, "모른다" 학파를 택하면 "모른다"는 말을 반복하다 지쳐 친척들조차 시장 전망을 묻지 않게 된다고 막스는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 대신 예측이 빗나가서 생기는 손실, 과대평가된 미래 지식에 기반한 투자 손실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학파의 실질적 이점이다.
- 모른다 학파가 치르는 대가: 모른다 학파에 속하면 자신의 예측이 적중해 월스트리트저널에 사진이 실리는, 1,000번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순간을 결코 누리지 못한다.
- 잠재 고객이 투자 전망을 물었을 때 "전혀 모르겠다"고 답해야 하는 난처함도 감수해야 한다. 막스는 이 학파를 택하는 데 따르는 대가가 실재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 이는 막스의 논증이 일방적인 승리 선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모른다 학파가 심리적으로도, 영업적으로도 결코 편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뒤에야 그 학파를 지지한다.
- 트버스키의 결론: 스탠퍼드 행동경제학자 아모스 트버스키는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두렵긴 하지만, 세상 대부분이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안다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사실이 더 두렵다고 말했다. 막스는 이를 자신의 최종 판단 근거로 삼는다.
- 막스는 매크로 예측을 만들고 고객에게 공유하고 그 자금을 베팅하는 것이 업계 표준 관행이라는 점, 특히 자신의 예측을 신뢰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믿음이 실제 근거로 뒷받침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메모를 맺는다.
- 한 이코노미스트의 고백: 막스는 씨티은행 시절 알게 된 한 저명한 매도측 이코노미스트가 몇 년 전 전화를 걸어와, 예측을 그만두고 오늘 상황과 그 함의만 이야기하기 시작한 뒤로 인생이 훨씬 편해졌다고 말한 일화를 전하며 메모를 마무리한다.
- 막스는 독자에게도 그 이코노미스트와 같은 평온에 이르도록 돕고 싶다는 말을 마지막 문장으로 남긴다. 이 마무리는 메모 전체의 논조를 압축한다. 예측을 그만두는 것이 패배나 무능의 인정이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부담을 내려놓는 해방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다.
투자자 관점 시사점
- 단일요인 베팅에 대한 경계: 연준 정책이나 인플레이션 경로 하나만 근거로 리스크온오프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단일요인 모델이며, 나머지 수백 개 변수를 임의로 고정한 것과 같다는 점을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 트랙레코드 요구의 습관화: 매크로 전망이나 이코노미스트 리포트를 참고할 때, 그 발신자의 과거 적중률이 실제로 기록되고 검증된 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자기정당화 편향에 덜 휘둘릴 수 있다.
- 알 수 있는 영역으로 시간 배분: 버핏과 막스의 기준을 적용하면, 리서치 시간은 매크로 전망보다 기업·산업 단위의 알 수 있는 정보를 파고드는 데 우선 배분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방어 가능한 전략이다.
- 편차 예측에 베팅할 때의 확률 인식: 과거 패턴과의 편차를 예측해 수익을 노리는 전략은 이론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실제로 그 편차를 미리 정확히 맞히는 빈도가 낮다는 점을 감안해 포지션 크기와 확신 수준을 보수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 연쇄 예측의 확률 저하 감안: A에서 E까지 다섯 단계를 거쳐 종목까지 도달하는 논리를 세울 때, 각 단계의 개별 정확도가 높아 보여도 전체 확률은 급격히 낮아진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계산해보는 습관이 과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 경제 예측과 시장 반응 예측을 분리해서 검증: 어떤 매크로 시나리오가 맞았다고 해서 그로부터 도출한 시장 방향까지 자동으로 맞는 것은 아니므로, 두 단계를 분리해 각각의 근거를 따로 점검하는 편이 안전하다.
- 예측 없이도 견해는 필요하다는 균형점: 투자가 원래 미래를 향한 베팅이라는 점에서 예측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실적 절충안은 예측 자체의 적중률을 높이려 애쓰기보다, 예측이 틀렸을 때의 손실을 제한하는 포지션 설계와 시나리오 다변화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기억할 발언
- 갤브레이스의 예측가 구분: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예측가를 두 부류로 나눴다. 미래를 모르는 사람과,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다. 막스는 이 구분을 매크로 예측 산업 전체에 대한 냉소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원문: "those who don't know they don't know")
- 부어스틴의 지식의 착각: 역사가 다니엘 부어스틴은 지식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니라 안다는 착각이라고 말했다. 이 메모의 제목이자 핵심 문제의식이 바로 이 한 문장에서 나오며, 정교해 보이는 모델일수록 오히려 이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막스는 지적한다 (원문: "the illusion of knowledge")
- 파인만의 전자 비유: 리처드 파인만은 물리 법칙이 안정적인 이유가 전자가 늘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정을 가진 전자를 상상해보라는 그의 말은, 인간 참여자로 이뤄진 경제가 왜 물리 법칙처럼 예측될 수 없는지를 보여준다 (원문: "electrons had feelings")
- 버핏의 두 가지 기준: 워런 버핏은 유용한 정보가 되려면 두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일이 중요해야 하고, 동시에 알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크로는 중요하지만 알 수 없다는 것이 막스의 핵심 반박이다 (원문: "important, and it has to be knowable")
- 버핏의 예측가 심리 통찰: 워런 버핏은 예측이란 대개 미래에 대해서보다 예측을 내놓은 사람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막스는 이 경구를 예측가들이 왜 그토록 자신 있게 틀린 전망을 반복하는지 설명하는 실마리로 삼는다 (원문: "more of the forecaster than of the future")
- 트버스키의 경고: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는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두렵지만, 세상 대부분이 자신이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안다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 돌아간다는 사실이 더 두렵다고 말했다 (원문: "faith that they know exactly what's going on")
- 마크 트웨인의 경구: 마크 트웨인은 곤경에 빠지는 이유는 모르는 것 때문이 아니라, 확실히 안다고 믿었지만 사실이 아니었던 것 때문이라고 했다. 막스는 이 문구를 매크로 예측 신뢰의 위험성을 요약하는 제사로 사용한다 (원문: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