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Coming into Focus — Oaktree Capital Management 저작. 이 문서는 전문 번역이 아니라 원문 논지를 따라간 한국어 해설. 원문은 위 링크에서 무료로 볼 수 있음
핵심 요약
- 경기 사이클이 아니다: 2020년 하락은 경제 내부의 과열-붕괴가 아니라 팬데믹이라는 외생 변수가 만든 결과라서, 통상적 경기부양만으로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다.
- 금리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1.5%포인트 낮추고 채권을 사들이면서 할인율이 떨어졌고, 이것이 3월 저점 이후 거의 모든 자산의 급반등을 만든 핵심 동력이다.
- 위기인데 저가 매수 기회가 없다: 과거 위기(1990-91, 2001-02, 2008-09)는 자본 고갈과 공포가 만든 저가 매수 기회였지만, 이번엔 연준·재무부가 모두에게 돈과 배짱을 쥐어줘서 그런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 구제책엔 대가가 따른다: 제로금리로 정책 여력이 소진됐고, 모럴해저드·인플레이션·재정 부담·저성장 함정 같은 잠재적 부작용이 함께 커졌다.
- 주식시장은 둘로 쪼개졌다: S&P500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기술 대형주는 성장·마진 잠재력이 커서 정당화될 여지가 있지만, 1968년 니프티 피프티도 "너무 비싼 가격은 없다"는 믿음으로 무너진 전례가 있다.
- 워싱턴의 추가 부양이 관건: 팬데믹 지원금은 소비 자극이 아니라 생존 유지 목적이었고, 이것이 끊기면 실업급여 만료·모기지 연체 같은 하방 압력이 재현될 수 있다.
- 불평등이 더 선명해졌다: 저소득층은 자산 상승의 수혜를 못 받으면서 감염 위험과 실직 위험은 더 크게 떠안았다.
- 막스의 결론은 방어 쪽: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데 기대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이라, 공격이 아니라 평소보다 더 신중한 포지셔닝이 맞다고 본다.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외생적 충격이다
메모 제목이 나온 배경: 두 달 만에 초점이 맞춰지다
- 직전 메모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는 진단: 2020년 8월 발표한 "Time for Thinking"(생각할 시간) 이후 약 두 달이 지났지만 경제·시장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메모의 출발점이다.
- 코로나19로 인한 인명 피해는 계속 늘었고, 경제 전망은 대체로 그대로였으며, 유효한 백신은 여전히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였고, S&P500 지수는 8월 초 수준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 이 네 가지 지표(사망자, 경제전망, 백신 시계, 지수 수준)를 나란히 놓은 것 자체가 막스식 서술 방식이다. 시장가격이 사실상 정체돼 있다는 것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라 기존 판단을 다시 점검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뜻으로 그는 이를 읽는다.
- 그래서 막스는 지난 메모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한다. 이번에도 주로 "생각할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 생각을 거듭한 결과가 이 메모의 제목이다: 다행히 문제를 계속 고민할수록 여러 논점이 더 선명하게 정리됐다는 것이 막스의 소회이며, 이 메모는 그렇게 초점이 맞춰진 몇 가지 주제를 더 깊이 파고드는 데 목적이 있다.
- 제목 "Coming Into Focus"는 새로운 사건이 아니라 기존 관찰의 해상도가 높아졌다는 뜻이므로, 이 메모는 앞선 메모의 후속편이자 심화판으로 읽어야 한다.
- 2018년 저서의 사이클 프레임을 재활용: 왜 올해의 하락을 경기 사이클로 보지 않는지 설명하면서, 막스는 자신의 2018년 저서 "Mastering the Market Cycle"에서 다뤘던 논리 일부를 빌려 온다고 밝힌다.
- 이는 단순한 인용이 아니라, 사이클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기 위한 틀이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면 그것도 사이클 아니냐"는 반문에 대한 사전 반박이기도 하다.
통상적 상승-하강 사이클의 작동 방식
- 호황이 낳는 과잉: 경제가 좋아지면 심리가 낙관을 넘어 도취로 가고, 기업은 확장에 나서고 주가는 오르고 금융혁신까지 장려된다.
- 결국 생산능력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고 주가가 내재가치를 넘어서고 부실한 금융상품까지 받아들여지는 단계에 도달한다.
- 이 흐름이 펀더멘털을 벗어나 지속 불가능해지면 하강이 뒤따르고, 종종 경기침체가 시장 조정의 방아쇠가 되며 외생적 악재가 겹쳐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 이 서술의 핵심은 순서다. "경제가 좋다 → 심리가 과열된다 → 과잉투자·과잉가격이 쌓인다 → 펀더멘털이 못 받쳐준다 → 붕괴한다"는 인과 사슬이 정상 사이클의 정의이며, 이 사슬에서 원인이 항상 경제 내부에 있다는 점이 뒤에 나올 2020년과의 대조 포인트다.
- 1990-91년 하이일드 위기가 전형적 사례: 막스와 브루스 카시가 함께 겪은 이 위기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응한 전쟁 충격이 경기침체를 심화시켰다.
- 신생 하이일드 채권시장은 첫 대규모 디폴트 사태를 맞았는데, 이는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의 결과였고 마이클 밀컨 기소와 드렉셀 번햄의 파산으로 더 악화됐다.
- 채권 교환을 통한 회생 지원마저 막히면서, 1980년대 대표 LBO 다수(부채 비중 약 95%)가 파산했고 채권 투자자들은 앞다퉈 출구로 향했다.
- 여기서 전쟁이라는 외생 변수가 등장하지만, 그 역할은 어디까지나 "이미 진행 중이던 경기침체를 심화시킨 보조 인자"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침체 자체를 일으킨 원인은 아니었다는 뜻으로, 2020년처럼 외생 변수가 침체 자체의 원인이 된 경우와는 구조가 다르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런 유형의 침체는 경기부양으로 회복되는 순환이었지만, 2020년형 위기는 원인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대조하기 위한 사례다.
- 회복의 통상 경로: 경기가 붕괴하면 충분한 부양책이 투입되고, 소비가 재개되고 투자자들이 균형을 되찾으며(일부는 저가 매수 기회까지 포착) 경제가 회복되는 순환이 이어진다.
- 이 경로가 성립하려면 붕괴의 원인이 경제적이어야 한다. 경제적 병목을 경제적 처방(금리 인하, 재정지출)으로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제가 다음 소단락에서 무너진다.
2020년이 다른 이유
-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었다: 이번엔 경기침체가 하강의 원인이 아니라 팬데믹 확산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발된 결과였다.
- 통상 사이클에서 침체는 시장 조정을 촉발하는 방아쇠였지만, 2020년엔 침체 자체가 방역이라는 비경제적 목적을 위해 정책적으로 선택된 수단이었다. 인과관계의 방향이 정반대라는 것이 막스가 이 하락을 "사이클이 아니다"라고 부르는 핵심 근거다.
- 따라서 이 하강 사이클은 경기부양만으로 완전히 고쳐지지 않고, 근본 원인인 질병 자체가 통제돼야 한다.
- 유효한 백신이 시간이 지나면 해결하겠지만 그 사이엔 사람들의 건강한 행동이 필요하며, 당시 유럽 일부 지역의 재확산은 이 과정에서의 후퇴였다.
- 경기부양으로도 못 지우는 상흔: 질병이 통제돼도 경제 충격 전부가 되돌아오진 않는다. 대기업은 자동화·효율화를 계속 밀어붙이고, 식당·바·소매점 같은 소규모 업체는 다수가 다시 문을 열지 못한다.
- 이 때문에 수백만 명이 예전 일자리로 복귀하지 못할 것이므로, 회복에 대한 기대치는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게 막스의 판단이다.
- "V자형"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긍정적인 함의를 준다고 스스로 지적한 것도 이 맥락이다. 급격한 반등이라는 어감이, 사라진 일자리와 폐업한 소상공인이라는 구조적 손실을 가려버린다는 문제의식이다.
- 이 대목은 뒤에 나올 "구제가 막아낸 연쇄 붕괴 시나리오"와 연결된다. 연준·재무부의 개입이 유동성 위기는 막았지만 실물의 구조적 손상까지 되돌리진 못했다는 것이 이 절의 결론이며, 다음 절의 재정지원 논의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추가 재정지원이 없으면 회복도 없다
지원금은 자극이 아니라 생존 유지였다
- 자극책이 아닌 대체소득: 지금까지 지급된 수조 달러는 소비를 자극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실업자, 연소득 10만달러 이하 가구, 기업·기관의 잃어버린 소득을 대체해 경제와 생존을 유지하려는 목적이었다.
- 개인은 생필품 구입을 위해, 기업은 잃은 매출을 대신해 고용을 이어가기 위해 자금을 받았다.
- 이 필요는 질병이 이어지고 추가 실업급여가 만료된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 막스가 굳이 "stimulus"와 "support"를 구분하는 이유는, 이 구분이 앞으로 지원이 끊겼을 때의 결과를 예측하는 데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은 없어도 경제가 스스로 굴러가지만, 생존지원이 끊기면 곧바로 소비·고용의 기반 자체가 무너진다.
- 작은 영화관 체인의 사례: 오크트리 동료가 전한 사례에서, 캘리포니아 내 극장은 전부 폐쇄됐고 주 외 극장은 손님 없이 고비용으로 운영되며 볼 만한 콘텐츠도 없는 와중에 대출기관과 임대인이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었다.
- 이 사례가 배치된 위치가 의미심장하다. 거시 통계 앞에 미시적 일화를 먼저 놓음으로써, 이후 나오는 모기지 연체율·실업급여 만료 같은 숫자들이 추상적 통계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구체적 압박이라는 점을 먼저 각인시킨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지원이 끊기면 이런 기업이 먼저 무너진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 가계 모기지 연체 데이터: Morning Brew(9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연방주택금융청의 압류·퇴거 유예가 연말 종료되면 수백만 명이 9개월간 무납부 상태가 된다.
- 7월 기준 FHA 보증 모기지의 17%가 연체 상태였고, 뉴욕시만 놓고 보면 그 비율이 27.2%까지 올라갔다.
- 뉴욕시의 수치가 전국 평균의 1.6배에 달한다는 것은, 회복이 지역별로 매우 불균등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팬데믹 초기 봉쇄 강도가 컸던 대도시일수록 가계 재무 압박도 더 크게 남았다는 정황이다.
주·지방정부와 연준의 재정정책 의존
- 세수는 줄고 지출 수요는 늘었다: 주·지방정부는 세금·수수료 수입이 줄었지만 경찰·소방·응급의료·복지 수요는 오히려 커졌다.
- 연방정부와 달리 화폐를 찍거나 무제한 채권을 발행할 수 없어 무한 적자재정이 불가능하므로, 기업·개인처럼 상당한 지원이 필요하다.
- 이 대목은 연준의 화폐발행 능력이 왜 연방정부에만 유효한 안전판인지를 보여준다. 같은 재정위기라도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감당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구분이다.
- 연준 스스로 재정정책 의존을 인정: 9월 24일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의회 증언에서 의회와 연준 모두의 지원이 있어야 회복이 더 빨라진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 시카고 연은 총재 찰스 에반스는 내년 말 실업률 6% 아래 하락 전망이 약 1조달러 규모 추가 재정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며, 그것이 없으면 훨씬 어렵고 달성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 파월은 재정정책의 힘이 다른 어떤 수단과도 비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남겼다. 통화정책의 최고 수장이 스스로 통화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재정정책에 공을 넘겼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 정책 신호로 읽힌다.
- 연준의 실탄 배분 문제: 같은 날 에버코어 ISI의 데니스 드부셰르는 연준이 금리·양적완화는 이미 "세팅하고 잊는" 태세로 고정했고, 메인스트리트 대출제도(MSLP)와 지방정부 유동성기구(MLF) 같은 준재정적 수단이 현재 경제 문제에 덜 적합하다고 지적한 매크로 파트너들의 논평을 인용했다.
- 그의 결론은 재정 패키지가 곧 나와 위험자산이 오르거나,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져 연준이 더 많은 실탄을 쓰도록 강제되는 두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 이 논평이 시사하는 것은, 연준의 전통적 도구(금리·QE)가 이미 소진 단계에 가깝고 준재정 수단(MSLP·MLF)도 현재 문제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면, 결국 공이 의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 정치적 교착: 대선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양당 모두 상대에게 승리로 보일 만한 양보를 하지 않으려 했고, 대법관 지명 다툼까지 겹쳐 당파 대립이 막스가 본 적 없는 수준이었다. 상하원이 각기 다른 당 손에 있어, 선거 전에 무언가 합의된다면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 여길 정도였다.
- 초당파 하원 문제해결 코커스(막스는 이를 지지하는 No Labels의 전국 공동의장이다)가 민주당의 3조달러 목표와 공화당이 제시한 5억달러 규모 사이의 절충안을 다시 꺼냈다는 사실만 언급됐다.
-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두 목표치의 격차 자체다. 3조달러와 5억달러는 자릿수가 6,000배 차이로, 절충이라는 단어를 쓰기 민망할 정도의 간극이며, 이것이 막스가 "합의되면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고 표현할 만큼 비관적 전망을 갖게 된 배경이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회복은 질병 통제뿐 아니라 재정지출의 지속 여부에도 크게 의존하는데, 그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 막스의 우려다. 이 우려는 다음 절에서 다룰 저금리·저수익률 논의의 배경이 된다. 재정지원 공백이 실물경제를 다시 압박하면, 연준은 그 부담을 다시 통화정책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리가 자산가격을 끌어올리는 일곱 가지 경로
저금리의 직접적 자극 효과
- 차입 관련 모든 거래가 싸진다: 연준은 3월 3일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00-1.25%로, 3월 15일 다시 0-0.25%로 낮췄다. 총 1.5%포인트 인하다.
- 주택담보대출 월 상환액이 줄어 집이 더 싸게 느껴지고, 자동차·보트도 마찬가지이며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의 가처분소득도 늘어난다.
- 기업의 이자비용이 줄어 신규 공장·생산라인 비용이 낮아지고,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거래 심리를 밀어올린다.
- 낮은 금리를 놓칠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원래 미래에 했을 거래를 지금 앞당기게 만든다.
- 이 첫 번째 경로는 가장 직관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표면적인 채널이다. 뒤이어 나오는 여섯 개 경로는 이 직관적 효과 아래 숨어 있는, 눈에 덜 띄지만 훨씬 큰 규모로 자산가격을 움직이는 메커니즘들이다.
할인율 하락이 현재가치를 밀어올리는 논리
- 미래 현금흐름의 재평가: 자산의 현재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한 값이며, 요구수익률 7%라면 10년 뒤 1달러는 지금 0.51달러로 평가된다는 예시로 설명된다.
- 할인율은 손실 위험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손실 위험을 반영하는데, 위험이 크면 높은 할인율을, 시중금리와 기회비용이 낮으면 낮은 할인율을 쓰게 된다.
- 할인율이 낮을수록 계산되는 현재가치는 커지므로, 저금리는 모든 투자자산의 DCF 가치를 끌어올린다.
- 이 채널이 중요한 이유는, 채권만이 아니라 주식·부동산·사모자산 등 미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모든" 자산에 동일한 수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앞선 첫 번째 경로가 개별 거래의 심리를 자극한다면, 이 두 번째 경로는 자산가격의 수학적 기초 자체를 바꾸는 더 근본적인 힘이다.
자본시장선 전체가 아래로 이동한다
- 무위험금리가 기준점: 30일 국채는 신용위험도, 만기가 며칠뿐이라 인플레이션 위험도 거의 없어 무위험금리로 통용된다.
- 안전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감수시키려면 위험 프리미엄이 얹어져야 하고, 이것이 위험과 기대수익이 우상향으로 연결되는 "자본시장선" 개념이다. 막스가 시카고대에서 배운 표현으로는 이 상태를 "균형"이라 불렀다.
- 3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1.5%포인트 내리자 다른 금리·채권수익률·기대수익률도 일제히 따라 내려갔고, 자본시장선의 형태는 유지되지만 출발점 자체가 낮아졌다.
- 1978년과 지금의 대비: 막스가 하이일드 채권을 처음 운용하던 1978년 말, 기준금리와 10년물 국채금리가 모두 9% 안팎이었고 하이일드 채권은 12% 넘는 수익률을 제시해야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다(그마저도 낙인효과 때문에 매수자가 적었다).
- 지금은 기준금리와 10년물 금리가 1% 미만인데도 5-6% 수익률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자들이 공짜 돈처럼 몰린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무위험금리가 낮을수록 다른 자산군을 끌어들이는 데 필요한 기대수익률 자체가 낮아진다는 것을 시대 대비로 보여준다. 40여 년 전과 지금 사이의 대비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같은 자산군(하이일드 채권)이 절대 수익률 수준만 다를 뿐 "무위험금리 대비 어느 정도 프리미엄이면 충분한가"라는 상대적 판단 기준이 시대를 초월해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 사례다.
- 상대적 의사결정의 연쇄: 투자 결정 대부분은 상대적이라서, 어떤 자산 Y의 기대수익이 낮아지면 X가 그보다 우월한 선택이 되기 위해 필요한 기대수익도 낮아지고, 그 결과 X의 가격이 오르는 방식으로 조정된다.
- 이렇게 자산군들은 서로 연결돼 있고, 자본은 최선의 저가 매물을 찾아 이동하며 결국 서로 균형을 이룰 때까지 사들여진다.
- 이 연쇄 논리는 왜 기준금리 인하 하나가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주식·부동산·사모자산까지 전방위로 밀어올리는지를 설명하는 핵심 고리다. 자산군은 독립적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기준점이 된다는 것이다.
밸류에이션 상승의 산술
- 주식 요구수익률과 PER의 관계: 국채금리가 3%일 때 투자자가 350bp의 주식 프리미엄을 요구한다면 요구수익률은 6.5%이고, 이는 이익수익률 6.5/100, 즉 PER 15.4배(2차대전 이후 S&P500 평균과 비슷한 수준)에 해당한다.
- 국채금리가 오늘날의 1%로 낮아지면 같은 350bp 프리미엄을 유지해도 이익수익률은 4.5%면 충분하고, 이는 PER 22.2배를 의미한다.
- 이익이 그대로라고 가정하면 요구 이익수익률이 6.5%에서 4.5%로 낮아지는 것만으로 PER과 주가가 약 44% 상승하는 셈이며, 이것이 저금리가 채권처럼 주식가격도 밀어올리는 또 다른 경로다.
- 다만 막스는 기업 이익은 성장하지만 채권 쿠폰은 그렇지 않으므로 주식의 요구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아도(그래서 PER이 더 높아도)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유보를 덧붙였다.
- 이 산술이 흥미로운 지점은, 이익이 단 한 푼도 늘지 않아도 순전히 금리 하락만으로 주가가 44%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한다는 데 있다. 즉 2020년의 주가 반등을 온전히 "기업 실적 개선"으로 설명하기보다, 상당 부분이 할인율 재산정의 결과라는 것을 정량적으로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연준의 직접 매입과 자산군 간 파급
- 채권 매입이 수익률을 더 끌어내린다: 연준이 국채나 다른 증권을 사들이면 그 가격이 오르고 만기수익률은 낮아지며,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면 다른 자산도 그만큼 높은 기대수익을 제시하지 않아도 자금을 끌어올 수 있게 된다.
- 3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넉 달간 연준은 주로 국채를 중심으로 2.3조달러 넘게 매입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18개월간 매입 규모의 약 20배에 달한다.
- 이 20배라는 배수는 규모의 차이일 뿐 아니라 속도의 차이이기도 하다. 2008년 위기 때 18개월에 걸쳐 진행된 매입이 2020년엔 4개월 만에 20배 규모로 압축돼 실행됐다는 점에서, 시장에 가해진 충격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
- 매도자에게 넘어간 그 돈은 소비·대출(경제에 도움)로 쓰이거나 재투자(자산가격 상승)로 이어진다. 이 재투자 경로가 앞서 설명한 상대적 의사결정의 연쇄와 맞물려 여러 자산군으로 파급된다.
저수익률이 위험 감수를 유도한다
- 목표수익률과 현실의 괴리: 미국 기관투자자들은 기금 목표수익률(대학 기부금)이나 연금 부담이율 가정치로 약 7% 안팎을 유지하는데, 이 목표는 금리 하락 폭만큼 낮아지지 않았다.
- 목표를 금리만큼 낮추려면 대학·자선단체는 기부금 수익 감소를 감수해야 하고 연금 스폰서는 출연금을 늘려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 현금 수익률 거의 제로, 10년물 국채 0.7%, 우량채 2-3%, 주식 기대수익 5-6%인 상황에서 7% 목표를 가진 투자자가 택하는 통상적 답은 더 위험한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저금리는 리스크 회피를 실천하기 어렵게 만들고, 손실에 대한 두려움 대신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FOMO)이 자산군을 과밀하게 만든다는 것이 막스의 경고다. 이 경고는 앞서 설명한 여섯 가지 가격 상승 메커니즘의 그림자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좋아 보이지만, 그 가격 상승이 위험 감수 행위 자체를 정당화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신용창구가 다시 열리는 이유
- 과거 위기와 반대되는 흐름: 통상 위기에서는 자본 보유자들이 손실을 앓고 미래를 두려워해 신용창구가 닫히지만, 이번엔 연준·재무부가 구제에 나설 것이라는 확신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골짜기 너머"를 미리 내다보게 만들었다.
- 그 결과 신용은 오히려 넉넉히 풀렸고, S&P 집계로 올해 들어 3456억달러의 미국 하이일드 채권이 발행돼 2012년 연간 기록인 3448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 사상 최악의 분기 GDP 감소와 일시적 자본시장 폐쇄에도 불구하고 나온 수치라는 점에서, 저금리가 위기 중 발행시장을 재개시키는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연간 기록을 갈아치운 시점이 아직 4분기가 남은 10월이라는 것도 이 흐름의 강도를 보여주는 세부 사실이다.
- 이 일곱 번째 경로는 앞선 여섯 경로의 최종 귀결점이다. 할인율이 낮아지고, 밸류에이션이 오르고,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으로 밀려나면, 그 종착지는 결국 발행시장의 재개방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 이 절 전체의 논리적 완결이다.
주식시장은 둘로 갈라졌다
기술 대형주가 정당화되는 논거들
- 필자 스스로 밝히는 입장: 막스는 자신이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며, 아래 소개하는 기술주 우위 논거들은 시장에서 회자되는 주장을 전달하는 것일 뿐 자신이 동의하거나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긋는다.
- 이 유보는 뒤에 나올 니프티 피프티 경고와 짝을 이루기 위한 사전 장치다. 논거를 성실히 전달하되 본인의 판단은 별도로 유지하겠다는 신호다.
- 성장 격차가 구조적으로 벌어진다: 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FAAMG)과 나머지 기업 사이의 성장 전망 격차는 저성장 시대에 크고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 팬데믹이 화상회의·전자상거래·클라우드 컴퓨팅의 채택을 앞당겨 예외가 아닌 일상으로 만들었다.
- 현재 이익은 이들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다. 점유율 확대와 경쟁 차단을 위해 신제품 개발에 공격적으로 지출하며 이익률을 스스로 억누르고 있어, 성장이 둔화되기로 하는 순간 마진 확대 여력이 크다.
- 주소가능시장(TAM)과 확장성: 1999년 닷컴버블 당시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2억4800만명이었는데, 지금은 미국 한 나라만으로도 이를 넘고 전세계로는 거의 50억명, 즉 세계인구의 62%가 인터넷 연결 컴퓨터를 주머니에 지니고 있다.
- 과거엔 디스크로 소프트웨어를 사서 설치해야 했지만 지금은 앱을 몇 초 만에 내려받는다는 점에서 사업 확장의 속도 자체가 달라졌다.
- 이런 이유로 큰 PER 격차가 정당하다는 것이 지지자들의 논거다. 1999년 대비 시장 규모가 약 20배로 커졌다는 이 대비는, 앞으로 다룰 니프티 피프티 시대와 지금의 시장 규모·침투율 차이를 미리 대조해두는 역할도 한다.
파괴적 혁신과 니프티 피프티의 경고
- 공존이 아니라 잠식: 아마존은 오프라인 소매를, 넷플릭스는 전통 TV·영화 생태계를, 페이스북은 신문 등 전통 미디어를,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을 잠식했다는 점에서 이 현상은 단순한 병존이 아니라 "파괴"다.
- 기술 변화로부터 안전한(적어도 수익성 측면에서) 산업의 목록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논거의 핵심이다.
- 니프티 피프티보다 낫다는 주장과 그 반례: 오늘날의 기술 리더는 1960년대 말 니프티 피프티보다 규모가 크고, 성장이 빠르며, 물리적 생산원가가 없어 매출총이익률이 높고, 스케일과 락인 효과로 시장지배력이 크며, 공장·운전자본 투자 없이도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강력하다는 주장이 있다.
- 하지만 니프티 피프티도 당시엔 난공불락으로 보였다. 막스가 1968년 여름 퍼스트내셔널시티은행 리서치부서에서 인턴으로 있을 때 니프티 피프티를 사서 5년을 들고 있었다면 거의 원금 전부를 잃었을 것이다. 1970년대 초 시장은 반토막 났고 니프티 피프티는 그보다 더 빠졌다.
- 제록스와 IBM은 시장 주도권을 잃고 재무난을 겪었고, 코닥·폴라로이드는 제품 시장 자체가 사라져 파산했으며, AIG는 정부 구제금융이 없었다면 파산했을 것이고, 심플리시티 패턴은 이제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 이 다섯 개 기업 사례는 각기 몰락 경로가 다르다는 점에서 더 무겁다. 제록스·IBM은 경쟁에서 밀렸고, 코닥·폴라로이드는 제품 자체가 사라졌으며, AIG는 금융위기라는 별개의 사건으로 몰락했다. 즉 "니프티 피프티가 무너진 이유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것이며, 이는 오늘날 기술 대형주가 특정 리스크 하나만 피하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함의로 이어진다.
- 막스는 당시 은행들이 니프티 피프티를 두고 "너무 비싼 가격은 없다"고 여겼던 것이 모든 버블의 본질적 특징이라고 지적하며, 오늘날 FAAMG를 현재 이익이나 내재가치가 아니라 먼 미래의 성장·수익성 잠재력으로 평가하는 방식에서 비슷한 조짐을 볼 수 있다고 유보를 달았다.
- 반독점 리스크라는 취약점: 지배적 시장점유율이라는 강점 자체가 반독점 규제라는 취약점이 된다. 바클레이스는 10월 7일 보고서에서 하원 반독점 소위가 구조적 분리, 지배적 플랫폼의 경쟁사업 겸영 금지, 사업영역 제한 등을 담은 449쪽짜리 개혁안을 발표한 뒤 페이스북·아마존·구글·애플 주가가 압박받았다고 전했다.
- 강점이 곧 취약점으로 뒤바뀐다는 이 역설은, 앞서 나열된 "규모·마진·락인·자본효율" 같은 우위 요인들이 동시에 규제 당국의 표적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연결된다.
- 지수 해석의 함정: S&P500의 약 4분의 1(가치 기준)이 빠르게 성장하며 이익률까지 늘릴 수 있는 기술·소프트웨어 기업이고 나머지 4분의 3은 이미 최대 마진에 도달한 저성장 기업이라면, 9월 말 기준 전자는 연초 대비 약 30% 상승, 후자는 약 4% 상승에 그쳐 "주식시장" 전체를 하나의 평균으로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것이 막스가 소개하는(동의는 유보한) 시각이다.
- 30%와 4%라는 두 수치의 격차는, 지수 전체의 상승률만 보고 "주식시장이 회복했다"고 단순화하면 실제로는 4분의 3에 해당하는 기업군의 부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뒤에 나올 "시장에 대한 함의" 절에서 다시 다뤄지는, 표면적 지수 수준과 실제 저변의 괴리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이번 위기는 과거 세 번의 위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거 위기들의 공통 패턴
- 1990-91년, 2001-02년, 2008-09년의 공식: 이 세 위기 모두 경기침체가 경제 약화를 촉발하거나 심화시켰고, 부정적 실적·시장 붕괴·공포 확산이 신용경색을 낳아 자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 경기 약화와 자금 고갈이 겹쳐 부도·파산이 급증했고 자산가격이 폭락했으며, 자산부채 불일치나 고레버리지에 노출된 기업·투자기관은 마진콜과 붕괴를 겪었다.
- 하강 나선이 멈출 것 같지 않아 보였고 비관론이 만연해 위험회피 성향이 치솟았으며, 이는 패닉 매도로 이어져 대다수 투자자가 매수를 거부하는 상태로 귀결됐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바로 이 국면에서 매우 낮은 위험으로도 매우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을 살 수 있었다는 것이 과거 위기의 공통된 보상 구조였다.
세 위기 각각의 성격
- 1990-91년 하이일드 위기: 앞서 다룬 대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따른 전쟁 충격이 경기침체를 심화시켰고, 1980년대 LBO 다수가 파산한 신용 위기였다.
- 2001-02년 통신·회계부정 스캔들 붕괴: 통신업종의 과잉 확장과 일부 기업의 회계부정 스캔들이 겹쳐 시장을 무너뜨린 위기로, 세 번째 유형과는 또 다른 성격을 지닌 위기였다. 신용 위기가 아니라 산업 과잉투자와 신뢰 붕괴가 결합된 형태라는 점에서 1990-91년과 구분된다.
- 2008-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 뇌관이 됐고, 금융기관들의 연쇄적인 붕괴가 위기의 특징이었다. 이는 금융시스템 내부의 레버리지와 자산부채 불일치가 만든 위기로, 앞의 두 위기보다 금융권 전반으로의 전염 속도가 훨씬 빨랐다.
- 세 위기의 공통분모: 촉발 원인은 각기 달랐지만 셋 다 경기침체가 위기를 촉발하거나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앞서 정리한 공통 패턴을 공유한다. 전쟁, 회계부정, 서브프라임이라는 서로 다른 방아쇠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패닉매도-저가매수기회라는 동일한 결과로 수렴했다는 점이 이 세 위기를 하나의 범주로 묶는 근거다.
2020년의 예외적 전개
- 똑같이 시작했지만 다르게 끝났다: 2월 19일 사상 최고치에서 S&P500은 단 33일 만에 34% 하락했고 하이일드 채권·레버리지론 가격도 크게 타격받았으며 증권 발행이 완전히 멈춰, 3월엔 과거와 같은 위기로 향하는 모든 조각이 갖춰져 있었다.
- 33일 만에 34% 하락이라는 속도는 과거 세 위기의 하락 속도와 비교해도 매우 가팔랐다는 점에서, 3월 시점까지는 이번 위기가 전례 없이 격렬한 버전의 "통상적 위기"로 보였다는 것을 시사한다.
- 하지만 3월 중순 재무부·연준의 구제 프로그램(제로금리, 채권매입, 보조금, 대출, 대폭 확대된 실업급여, 총 수조달러 규모)과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확언이 나오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 경색 대신 기록적 자금 유입: 단기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지자 투자자들이 수익을 좇아 채권 매수에 줄을 섰고, 신용경색 대신 기록적 규모의 자본이 시장에 공급됐다.
- 구제책이 제공한 것은 유동성이지 지급능력 자체는 아니었지만("liquidity but not solvency"), 항공업 같은 산업 전체가 확실한 파산 위기에서 구제됐고, 과거 위기를 특징짓던 극적인 붕괴나 패닉 매도가 이번엔 나타나지 않았다.
- 비관론은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낙관으로 대체됐고, 금리가 제로인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위험 회피 여유가 없어 낮은 한 자릿수를 넘는 수익을 노리려면 위험자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경쟁이 저가매수 기회를 잠식: 4월 1일 이후 부실채권 투자자들에게 유동성 문제나 만기 도래 부채로 급전이 필요한 기업에 구제성 대출을 해줄 기회가 계속 있었지만, 투자자 낙관이 강화되면서 대출 경쟁이 심해졌고 안전자산의 초저수익률이 두 자릿수 수익을 노리는 경쟁을 부추겼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돈과 배짱이 있으면 아무도 손대지 않는 자산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과거 위기의 매수 논리였는데, 지금은 연준·재무부 덕에 모두가 돈과 배짱을 갖게 돼 저가 매수 기회 자체가 희소해졌다는 것이 이번 위기의 핵심 이례성이다.
- 다만 지원금이 소진되고 워싱턴의 추가 지원이 실패하며 대규모 해고(당시 시작되던 조짐)와 경기 재둔화가 겹치면, 부도·파산 증가와 투자심리 악화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막스는 열어둔다. 이 유보는 앞서 다룬 "추가 재정지원이 없으면 회복도 없다" 절과 정확히 맞물리는 대목으로, 이 메모 전체가 하나의 순환 논리로 짜여 있음을 보여준다.
구제책이 만든 정책적 부작용
구제가 막아낸 연쇄 붕괴 시나리오
- 전례 없는 경제 환경: 봉쇄로 인해 다수의 산업과 기관이 활동은 전무하고 매출은 없는데 비용은 그대로인 상태에 놓였고, 수백만 명이 일자리와 소득을 잃었다.
- "400달러 비상금"이라는 통념: 미국인 상당수가 400달러짜리 비상지출조차 감당할 자원이 없다는, 입증된 적은 없지만 널리 퍼진 인식을 막스는 언급하며 몇 달치 월급 없이 버틸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 이 통념을 굳이 "입증된 적은 없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인용하는 것은, 통계적 정확성보다 이 통념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긴박함을 전달하려는 수사적 장치로 볼 수 있다.
-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질문들: 월급이 끊기면 사람들이 상점을 이용하지 못하고, 상점이 매출을 못 올리면 임대료를 못 내고, 임대인은 임대수익이 없으면 부채를 못 갚고, 대출기관은 원리금을 못 받으면 지급불능에 빠지고, 세수가 줄면 주·지방정부는 직원 급여와 서비스를 유지하지 못하며, 선진국이 신흥국 수출품을 사지 못하면 신흥경제 자체가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식으로 위기가 번져나갈 수 있었다.
- 이 연쇄가 3월 중순 시점에 막스가 마주한 그림이었고, 그는 이를 "내가 본 것 중 가장 나쁜 그림"이라 표현하며 글로벌 공황조차 가능해 보였다고 회고한다.
- 개인 → 상점 → 임대인 → 대출기관 → 지방정부 → 신흥국 수출이라는 여섯 단계의 연쇄는, 팬데믹발 충격이 소비자 한 명의 소득 상실에서 시작해 결국 국제 경제 시스템 전체로 번질 수 있었다는 것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구조다. 각 단계가 앞 단계의 실패를 전제로 성립한다는 점에서 도미노 구조에 가깝다.
- 연준·재무부의 총력 대응과 성과: 하지만 연준과 재무부가 경제 활동을 인위적으로 대체하다시피 하는 대규모 조치로 잃어버린 현금흐름의 상당 부분을 메웠고, 이는 놀라운 정도로 성공해 대부분의 투자시장이 회복됐고 실물경제도 예상외의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
- 2008년보다 훨씬 빨랐던 대응 속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만 몇 달이 걸렸지만, 이번엔 2008년의 대응 매뉴얼을 그대로 꺼내 단 몇 주 만에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속도 자체가 이전과 크게 달랐다. 이미 검증된 매뉴얼이 있었다는 것과, 그것을 몇 달이 아닌 몇 주 만에 실행할 정치적·제도적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 이번 대응이 유독 빨랐던 두 가지 이유다.
제로금리와 모럴해저드
- 더 내릴 실탄이 없다: 연준 관계자들은 마이너스 금리로 가지 않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가 일본·유럽에서 성장을 되살렸다고 보기도 어려워, 만약 2차 팬데믹 파동과 재봉쇄가 온다면 무엇으로 대응할지가 남는 질문이다.
- 일본·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실험이 성장 부양에 뚜렷한 성과를 못 낸 전례를 인용함으로써, 막스는 미국이 같은 길을 가더라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회의를 드러낸다.
- 구제가 위험한 행동을 가르친다: 정부가 손실에서 구제해주면 위험한 투자를 해도 되고, 잘 되면 부자가 되고 안 되면 구제된다는 잘못된 교훈을 준다는 것이 모럴해저드 논리다.
- 과도한 차입, 과잉 확장, 자사주매입에 현금을 과하게 쓴 산업들도 파산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이번 결정이 그 사례로 제시됐다.
- "잘 되면 이익 사유화, 안 되면 손실 사회화"라는 모럴해저드의 고전적 구조가 이번에도 반복됐다는 것이 막스의 지적이며, 이는 앞서 다룬 인플레이션·재정 부담 우려와 함께 구제의 장기 비용을 구성하는 한 축이다.
- "파월 풋"이라는 인식: 시장을 극적으로 부양한 연준의 행보가 연준은 언제나 그렇게 할 것이라는 믿음, 즉 상시적 구원투수가 있다는 인식을 심었을 수 있다.
- 2018년 4분기 10년물 국채금리가 3.25%까지 오르자 시장이 발작을 일으켰고, 이것이 재닛 옐런이 시작한 금리인상 사이클을 종료시키고 오히려 인하로 이어진 전례가 언급됐다.
- 이 2018년 사례는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연준은 시장이 흔들리면 개입한다"는 학습효과가 투자자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2020년의 대규모 구제는 이 믿음을 다시 한번, 훨씬 큰 규모로 확인시켜준 사건이라는 것이 막스의 해석이다.
- 연준이 시장을 항상 떠받쳐줄 것이라는 믿음은 위험한 행동을 부추기며, 애초에 그것이 연준의 목표로 타당한지 자체가 의문이라는 게 막스의 판단이다.
인플레이션과 재정 우려, 그리고 반론들
- 화폐 증발에 대한 전통적 우려: 수조달러 규모의 재정적자와 연준의 추가 채권매입은 유동성이 상품 대비 과잉 공급돼 물가를 밀어올릴 잠재력을 지니며, 국가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2차대전 직후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
-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낸 과거 사례들은 과도한 인플레이션, 달러 약세, 신용등급 강등, 차입비용 상승, 전반적 금리 상승, 예산 중 부채상환 비중 확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 같은 결과로 이어진 바 있다.
- 이 일곱 가지 잠재적 결과는 서로 연쇄적이다. 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신용등급이 흔들리고, 신용등급이 흔들리면 차입비용이 오르고, 차입비용이 오르면 부채상환 부담이 커지는 식으로 하나의 결과가 다음 결과를 부르는 도미노 구조라는 점에서 앞서 다룬 "연쇄 붕괴 시나리오"와 유사한 서술 방식이다.
- 반론들도 함께 소개: 오랫동안 적자재정을 지속해 왔지만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된 적은 없었다는 반론(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데워지는 온도를 못 느끼는 것일 수 있다는 유보가 붙는다).
- 여기서 막스가 쓴 "끓는 물 속 개구리" 비유는, 반론 자체를 완전히 기각하지 않으면서도 그 반론이 안심의 근거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점을 짚기 위한 장치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증거는 아니라는 논리다.
- 여러 나라가 오랫동안 2% 인플레이션을 만들려 애썼지만 실패했으므로, 인플레이션은 쉽게 점화되지 않으며 오히려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시각.
- 현대통화이론(MMT)은 적자·부채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단순화해 말하지만, 대다수 경제학자는 동의하지 않고 상식적으로도 무제한 지출이 아무 대가 없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막스의 판단이다.
- 달러를 대신할 뚜렷한 기축통화 후보가 없다는 점도 반론으로 제시된다.
- 막스는 연준·재무부가 이런 위험을 걱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어쨌든 이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여긴다는 것으로 이 대목을 정리한다. 우려와 반론을 나란히 제시하고 결론을 유보하는 이 서술 방식 자체가, 막스가 거시 예측에 베팅하지 않는다는 오크트리 철학과 일관된다.
저성장이라는 더 큰 걱정거리
- 연준의 진짜 우려는 부진한 성장: 2020년 2분기 저점 이후 GDP가 2019년 수준과 원래 예상 경로를 회복하는 데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정체된 경제는 실직자를 복직시키지도 인구 증가분에 일자리를 제공하지도 못한다.
- 연준이사 레이얼 브레이너드는 저금리, 낮은 인플레이션, 약한 성장의 악순환에 갇힐 위험을 경고했다.
- 이 악순환은 저금리가 저성장을 부르고 저성장이 다시 저금리를 정당화하는 구조로, 한번 진입하면 정책 수단으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브레이너드가 경고한 함정의 성격이다.
- 의회예산국(CBO)은 7월 보고서에서 부진한 생산성 증가와 제한적인 노동력 증가로 미국 경제의 장기 잠재성장률이 연 1.8%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는데, 이는 2000년의 4%대와 대비된다.
- 20년 사이 잠재성장률이 4%대에서 1.8%로,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는 이 대비는 앞서 다룬 저금리 지속의 배경을 설명해준다. 성장 잠재력 자체가 구조적으로 낮아졌다면, 금리도 그에 맞춰 낮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 이 우려 때문에 연준은 앞서 설명한 구제·부양 조치들의 위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걱정한다는 것이 막스의 해석이다. 실제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를 넘겨도 평균적으로 2%에 수렴할 때까지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평균목표제를 발표했다.
- 스태그플레이션 대 디스인플레이션: 막스가 1970년대에 겪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고인플레이션과 경기 약화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경기 둔화가 디스인플레이션이나 흔치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 호이징턴 리서치는 성장의 구조적 둔화가 자원 과잉과 디스인플레이션 상태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 막스는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스태그네이션, 디스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중 무엇이 올지 알 수 없고 오크트리는 어느 쪽에도 베팅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투자 결정이 거시 전망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 오크트리 철학의 원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나열하고 그중 하나를 고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 태도는, 막스가 거시 예측 능력에 대해 시장 참여자 다수(오크트리 포함)가 우위를 갖지 못한다고 보는 근본적 회의론에서 나온다.
- 구제 자체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막스는 잠재적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그 조치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긋는다. 팬데믹과 그로 인한 경기침체 앞에서 대안은 사실상 없었고, 완벽하진 않아도 정책 대응은 뛰어났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이 절 전체에서 나열한 모럴해저드·인플레이션·저성장 함정이라는 세 가지 부작용은 구제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투자자가 대비해야 할 잔여 리스크 목록으로 기능한다.
팬데믹이 드러낸 불평등의 단면
소득계층별 비대칭 충격
- 이 주제를 다루는 이유: 사회적·인종적 정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기라는 점에서, 막스는 팬데믹 경험이 드러낸 불평등의 여러 단면을 짚지 않고는 메모를 마칠 수 없다고 밝힌다.
- 자산 상승의 수혜에서 소외: 소득 사다리 아래쪽 사람들은 봉쇄 기간을 버틸 금융 자원이 적었고, 금리 인하로 촉발된 자산가격 상승의 혜택도 거의 받지 못했다.
- 저소득 노동자는 봉쇄와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더 컸다.
- 이 지점이 이 메모 전체 논지와 맞물리는 대목이다. 앞서 길게 설명한 "금리가 자산가격을 밀어올리는 일곱 가지 경로"의 수혜자는 결국 자산을 보유한 계층이며, 자산이 없는 저소득층은 그 상승분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 필수노동자와 재택근무의 격차: 식품생산·소매·병원 같은 업종에서 일자리를 지킨 이들은 필수노동자로서 위험에 노출된 채 출근해야 했던 반면, 사무직·행정직은 재택근무가 훨씬 쉬웠다.
- 저소득층은 좁은 주거공간과 밀집 거주지에 사는 경우가 많아 재택근무의 삶의 질도 낮고 감염 가능성도 더 크며, 이 때문에 코로나 관련 질병·사망률이 이들 인구에서 불균형하게 높게 나타났다.
- 자녀 돌봄과 학교 폐쇄: 저소득 가구는 돌봄을 학교에 더 의존하는데, 학교가 문을 닫으면 아이를 집에 둘 여력이 없어 등교시킬 수밖에 없고 이는 감염을 가정 내 부모·조부모에게 옮길 위험으로 이어진다.
- 여성은 편부모 비중이 높고 임금이 남성 파트너보다 낮은 경우가 많으며 돌봄 책임을 떠안는 경우가 많아 이 현상에 남성보다 더 많이 노출됐다.
- 소득·인종에 이어 성별이라는 세 번째 축이 여기서 추가된다. 저소득-비백인-여성이라는 세 특성이 겹치는 인구집단일수록 팬데믹의 부담이 중첩적으로 쌓였다는 것이 이 소단락 전체가 그려내는 그림이다.
"두 도시 이야기"와 인종 격차
- 저소득과 비백인의 중첩: "저소득"은 비백인과 상당 부분 겹치므로, 팬데믹 기간 저소득 미국인 전반, 곧 흑인·히스패닉의 경험은 백인이나 고소득층의 경험과는 전혀 다른 "두 도시 이야기"였다는 것이 막스의 요약이다.
- "두 도시 이야기"라는 표현은 같은 나라, 같은 시기를 살면서도 전혀 다른 팬데믹을 경험한 두 집단이 존재했다는 것을 압축한 것이다. 앞서 나열한 자산가격 소외, 필수노동 위험, 돌봄 부담이라는 세 요소가 이 한 문장으로 종합된다.
- 그래서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러한 관찰은 앞으로 미국 사회에서 이어질 기회 균등에 관한 논의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게 막스의 전망이다.
시장에 대한 함의는 저수익 세계로의 복귀다
위기 이전으로 돌아온 조건들
- 2020년 이전에도 이미 존재했던 네 가지: 막스는 수년간 투자환경을 높은 불확실성(주로 외생적·지정학적), 사상 최저 기대수익률, 완전 내지 과도하게 높은 자산가격, 고수익을 좇는 위험 감수 행태로 요약해 왔다.
- 이는 버블(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은 아니었지만 기대수익이 위험을 충분히 보상하지 못하는 저수익 세계였고, 좋은 시절이 언제 왜 끝날지 확신할 방법도 없었다.
- 오크트리는 이 환경에서 "신중하게, 그러나 전진한다"는 방침으로 완전투자를 유지하되 평소보다 더 큰 신중함을 얹었고, 이 때문에 신중함이 불필요했던 해에는 벤치마크에 다소 뒤처지기도 했다.
- 2020년 1분기의 보상: 이 신중한 자세는 어려웠던 1분기에 보상받았다. 앞서 설명한 조건들이 시장을 외생적 충격에 취약하게 만들었고 실제로 큰 충격이 왔을 때, 신중함 덕에 광범위한 문제 해결 부담 없이 침착하게 포트폴리오에 접근할 수 있었으며, 드로다운 펀드의 가용자금으로 3월 저가 매수 기회가 정점일 때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 평소엔 벤치마크에 뒤처지는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지한 신중함이, 정확히 그 신중함이 필요했던 국면에서 되갚아졌다는 것이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이다. 매년 신중함이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 보상받기 위해 평소에 대가를 치르는 구조라는 뜻이다.
- 다시 돌아온 낮은 기대수익: 지금은 예전에 우려하던 시장 조건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이 막스의 진단이다. 작년과 같은 불확실성(경기침체와 강세장 종료는 이미 지나갔지만)에 더해 코로나 대응, 회복의 모양, 대선 결과와 순조로운 이양 여부, 증세·재분배 우려, 사회 분열, 인종 화합 전망 같은 새로운 불확실성이 겹쳐 있다.
- 현금 수익률 거의 제로, 투자등급채 2%, 하이일드 5%, 주식 기대수익 5-6%인 가운데 막대한 자본이 갈 곳을 찾고 있어 적정한 수익을 얻기가 쉽지 않다.
- 주식시장은 2월 고점 부근으로 돌아왔고 평균 이상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며, 저렴해 보이는 자산은 석유·가스, 소매업과 소매 부동산, 오피스빌딩과 호텔, 구조화신용의 저등급 트랜치처럼 근본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쪽뿐이다.
- 여기서 나열된 다섯 개 업종(석유가스, 소매, 소매부동산, 오피스·호텔, 저등급 구조화신용)의 공통점은, 모두 팬데믹으로 구조적 수요 훼손을 겪었다는 점이다. 즉 "싸 보인다"는 것이 곧 "저가매수 기회"를 뜻하지 않고, 오히려 그만큼 근본적 위험이 반영된 가격일 수 있다는 경고다.
- 3월의 짧은 저가 매수 기간을 지나 다시 저수익 세계로 돌아왔지만, 대다수 투자자는 목표수익률을 낮추지 않았기에 그것을 좇으려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투자자의 여섯 가지 선택지와 막스의 방어적 결론
- 여섯 가지 전략적 대안: 막스가 "저수익 세계에서의 투자"라는 발표에서 정리한 선택지는 예전처럼 투자하며 예전 수익을 기대하는 것(비현실적), 예전처럼 투자하되 낮은 수익에 만족하는 것(현실적이지만 밋밋), 불확실성을 이유로 위험을 줄이고 더 낮은 수익을 받아들이는 것(수익이 더 낮아짐), 거의 제로 수익의 현금으로 대피해 더 나은 환경을 기다리는 것(극단적이고 대다수 기관엔 비현실적), 더 높은 수익을 좇아 위험을 늘리는 것(모두가 같은 시도를 할 때 특히 확실치 않음), 대안·비상장·알파 매니저 같은 특수 영역에 더 많이 배분하는 것(비유동성과 매니저 리스크가 뒤따라 공짜 점심이 아님)이다.
- 이 여섯 가지를 나열한 순서 자체가 의미 있다. 가장 비현실적인 선택지(예전 수익 기대)부터 시작해 가장 극단적인 선택지(현금 대피)를 거쳐, 결국 어느 것도 완전한 정답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수렴하도록 배치돼 있다.
- 어느 것도 완전히 만족스럽거나 하방 위험이 없지는 않지만, 막스는 이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본다.
- 공격과 방어 사이의 눈금: 불확실성이 높으면 자산가격이 낮아 보상적인 높은 기대수익이 형성돼야 정상인데, 연준이 금리를 그렇게 낮춰놓았기 때문에 상황은 정반대라서 확률이 투자자에게 유리하지 않고 시장이 부정적 서프라이즈에 취약하다는 것이 막스의 결론이다.
- "불확실성은 높은데 가격도 높다"는 이 부조화가 메모 전체를 관통하는 최종 명제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둘 중 하나여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으면 가격이 낮거나, 가격이 높으면 불확실성이 낮거나. 2020년 10월 시점의 시장은 이 둘 다에 해당하지 않는 예외적 조합이라는 것이 막스가 방어를 택하는 근거다.
- 이는 수년 전 그가 반복해 말하던 진단과 같으며, 다만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다. 저금리가 몇 년 더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가격이 지독하게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환경에서 군침이 도는 대상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막스는 메모를 마무리한다.
투자자 관점 시사점
- 저수익률 자체를 리스크 신호로 읽기: 지금 어떤 자산의 표면수익률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면, 그것이 절대적으로 싸서가 아니라 무위험금리가 바닥이라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닌지 자본시장선 전체가 어디서 출발하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위기와 저가매수 기회를 동일시하지 않기: 가격 하락이 있었다고 곧바로 저가 매수 기회로 해석하기 전에, 연준·재정당국의 개입으로 다른 투자자들도 이미 자금과 배짱을 회복했는지 점검하는 것이 이 메모가 남긴 실전 체크리스트다.
- 지수 대체지표의 이질성 인식: 시가총액 상위 소수 기술주가 지수 성과를 좌우하는 상황에서는 지수 전체의 평균 밸류에이션·성장률을 단일 숫자로 판단하지 않고, 그 구성을 나눠 봐야 한다는 원칙을 이 메모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정책 의존적 회복 시나리오 관리: 회복 전망이 방역 진전뿐 아니라 추가 재정지출의 지속 여부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틀은, 정책 공백이 생겼을 때 신용·소비 지표가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하방 시나리오를 항상 함께 들고 있으라는 시사점을 준다.
- "싸 보이는 자산"의 이유를 먼저 검증하기: 오피스·호텔·소매부동산·저등급 구조화신용처럼 저평가돼 보이는 업종을 살 때는, 그 저평가가 시장의 일시적 비효율인지 구조적 수요 훼손을 반영한 정당한 가격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이 메모의 자산군별 논의가 주는 실전 원칙이다.
기억할 발언
- 버블의 본질: 니프티 피프티 시대 은행들이 좋은 기업이라는 이유로 어떤 가격에 사도 괜찮다고 여겼던 태도를 막스는 모든 버블의 공통된 본질이라 규정한다 (원문: "no price too high").
- 오크트리의 기본 방침: 저수익·고불확실성 환경에서도 시장을 이탈하지 않고 완전투자를 유지하되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오크트리의 오랜 운용 원칙을 요약한 표현이다 (원문: "Move forward, but with caution").
- 구제의 성격 규정: 연준·재무부의 대규모 지원이 기업들을 실제로 갚을 능력이 있는 상태로 만든 게 아니라 당장 버틸 자금만 대준 것이라는 점을 짚은 표현이다 (원문: "liquidity but not solvency").
- 회복 기대에 대한 유보: 자동화 가속과 소상공인 폐업으로 일자리 상당수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므로 급격한 반등을 뜻하는 표현이 과도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한 대목이다 (원문: "V-shape has too positive a connotation").
- 투자자 심리의 변화: 연준의 개입 확언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눈앞의 위기를 지나 더 나은 미래를 미리 내다보고 행동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원문: "look across the valley").